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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채널A·검찰’ 녹취록에 여권 일제히 윤석열 때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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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15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와 살얼음판 같던 대검찰청에 지난달 31일 밤 비상이 걸렸다. MBC 뉴스데스크가 ‘채널A 법조팀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압박했다’고 보도한 직후였다. 압박 대상 취재원은 금융사기죄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 채널A 기자가 지난달 22일 이 전 대주주의 지인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라는 현직 검사장과의 녹취록을 제시하며 “유 이사장 등의 비위를 말하면 가족은 선처받게 해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거였다. 이 보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히 놀랐다고 한다. 지난달 9일  MBC가 시사 프로 ‘스트레이트’를 통해 자신의 장모 의혹 사건을 보도한 데 이어 최측근 의혹까지 보도하자 긴장했다는 것이다.

MBC 보도에 “윤 총장이 대답을” #추미애, 보도관련 대검 보고 받아 #해당 검사장은 “그런 사실 없다” #법조계 “여권, 반윤석열 프레임 짜 #총선 후 수사동력 떨어뜨리기 의도”

하지만 해당 검사장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사장 측 관계자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신라젠 사건을 지방 근무 검사장이 알 수가 없고, 선처를 얘기할 위치도 아니지 않냐”며 “검사장은 채널A 기자와 그런 내용의 통화를 한 적이 없고, 녹취록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검은 1일 검사장과 채널A의 답변을 들어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보고했다. 채널A 측은 대검에 “MBC 보도에서 자사 기자가 검찰 간부와 나눈 통화라며 읽은 녹취록은 현재 거론되는 윤 총장 최측근 검사장의 발언이 아니다”고 알렸다. 이날 윤 총장은 과천시 법무부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업무에서나, 사생활에서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일부 친여 성향의 언론들이 연달아 장모와 측근 인사 관련 내용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더라”고 전했다.

왜 이런 일이 이어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밀어붙이며 정권의 미운털이 박힌 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총선 이후 수사 재개가 예고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청와대의 최고위층까지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검찰의 예봉을 꺾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법무부 등이 합세해 윤석열의 검찰과 각을 세우고 흔들기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검사장 의혹 보도에 대해 추 장관은 이날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감찰 필요성을 언급했다. 취임 직후 윤석열 사단에 대한 학살 인사를 단행한 당사자가 추 장관이다.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윤석열 때리기’에 가세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언유착의 빨대는 한 곳으로, 누군지 다 아는 그놈이다”고 자극적 표현을 썼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검찰 쿠데타”라고 칭했다. 역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황희석(54)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가 옥중의 이철 전 대주주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고 “이제 윤 총장이 대답해야 한다. 안 그런가?”라고 적었다. 친문 지지자들은 SNS에서 해당 검사장의 실명도 거론했다.

검찰총장을 지낸 K변호사는 “윤 총장 관련 의혹은 일부 언론이 먼저 보도하면 여권 인사들이 달려들어 융단폭격을 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며 “총선을 친조국과 반윤석열 프레임으로 몰고가 이기고, 총선 이후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계획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MBC 뉴스도 세팅된 것 같다. 왠지 프레임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 채널A “진상조사 하겠다”= 채널A는 1일 메인 뉴스인 ‘뉴스A’ 클로징 멘트에서 “본사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취재 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한 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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