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애플 흔들리자 삼성 타격···아이폰용 OLED 17%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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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삼성 사업장의 야경. [사진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웹페이지]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삼성 사업장의 야경. [사진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웹페이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납품할 스마트폰용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2020년 사업 계획 조정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빚어진 애플의 생산 차질로 인한 불똥이 국내 IT부품 업계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애플 OLED 수요 줄어들 전망 

30일 IT부품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올해 납품할 애플용 OLED 패널을 기존 계획(약 7000만대) 대비 83% 수준인 5800만대로 줄였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박닌성 공장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약 80% 수준만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아이폰X부터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매된 5.8인치 아이폰11프로용 OLED 패널은 전량을, 6.5인치 아이폰11프로 맥스용 OLED 패널의 약 90%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닌성의 후공정 라인 3개(V1·V2·V3) 중 V3를 애플 전용 라인으로 두고 있다. V1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용 OLED 라인이고, V2는 액정(LCD) 모듈을 생산한다.

필 쉴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지난해 9월 아이폰11(사진 왼쪽)과 아이폰11프로, 아이폰11프로 맥스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폰11은 LCD를 쓰지만, 아이폰11프로와 프로 맥스에는 한국 기업이 생산한 OLED 패널이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필 쉴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지난해 9월 아이폰11(사진 왼쪽)과 아이폰11프로, 아이폰11프로 맥스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폰11은 LCD를 쓰지만, 아이폰11프로와 프로 맥스에는 한국 기업이 생산한 OLED 패널이 들어간다. [로이터=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공급량 감소에 대비해 사업계획 조정에 들어간 건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중국에 있는 폭스콘·페가트론 등 아이폰 외주 생산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생산해 육로 또는 항공편으로 중국에 있는 아이폰 외주 생산 공장에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화권에 있는 애플 외주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애플이 '아이폰12'(가칭)의 발매 시기를 당초 9월에서 11월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중화권 공급망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신제품인 '아이폰12'(가칭)의 발매 시기를 아예 늦추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그동안 매년 9월에 신작을 공개했지만 판매 시점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꾼 적이 있다. 아이폰X의 경우 공개일은 9월 12일이었지만, 생산 공정의 어려움으로 1차 판매국(미국·중국 등)에서조차 두 달 뒤인 11월 3일부터 판매했다.

이와 관련,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객사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주 예정돼 있는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판매량 손실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도 타격 불가피 

LG디스플레이도 애플이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주문량을 축소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아이폰11프로 맥스용 OLED 패널 700~800만대 가량을 공급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11프로에 쓴 OLED 패널 가운데 7~8% 수준이다. 당초 애플은 삼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올해 LG에 더 많은 OLED 패널 물량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연간적자 약 1조3590억원을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목표로 지난해 적자였던 스마트폰용 OLED(P-OLED) 패널 사업의 실적 개선을 내걸었다. 하지만 애플이 OLED 주문량을 줄일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올해 경영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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