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치킨 맛있네요"···배민, 이런 불법리뷰 2만건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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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방문자센터. 사진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방문자센터. 사진 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입점한 치킨가게 A사는 B씨에게 2만3000원을 미리 지급했다. B씨는 배민 앱을 통해 1만8000원짜리 치킨을 주문한 뒤 맛있다는 리뷰를 남겼다. B씨는 리뷰를 남기는 대가로 차액인 5000원을 미리 챙긴 것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돈을 주고 가짜 리뷰를 쓰게 한 입점 업체들을 적발해 이르면 31일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가짜 리뷰어들은 업체들로부터 음식값보다 5000~1만원 많은 금액을 미리 받고 차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리뷰 조작 업체들은 주로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기업형 식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이 이렇게 적발한 가짜 리뷰는 지난해에만 약 2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9월부터는 전담 조직인 ‘부정거래감시팀’을 꾸려 모든 음식점 리뷰를 모니터링 중이다. 감시팀은 주민등록번호 대체 식별번호인 CI(Connecting Information)를 기준으로 매일 수십만 건의 리뷰를 검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대의 스마트폰에선 CI가 한 개밖에 생성되지 않는데 CI당 아이디가 수십개인 경우 가짜 리뷰어일 확률이 높다. 이런 사용자들은 지나치게 자주, 많이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리뷰도 많이 쓰는 게 특징이다. 감시팀은 이런 패턴을 보이는 리뷰를 집중 검수한다.

배달의민족 리뷰 검수 시스템.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리뷰 검수 시스템. 사진 우아한형제들

인공지능이 가짜 리뷰 걸러낸다 

지난해 10월부턴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리뷰 검수 기능도 도입했다. AI가 모든 리뷰를 대상으로 개인 정보를 노출했는지, 음란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했는지 등을 1차 분류해 내용을 탐지하면 검수 전담팀은 위험 리뷰로 분류된 리뷰를 자세히 살펴 최종 조치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리뷰를 조작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법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빙을 온ㆍ오프라인으로 발송하고, 일반 업주들을 대상으로 허위 리뷰 금지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특히 반복적ㆍ악의적으로 허위 리뷰를 올리는 업소에 대해선 내부 정책에 따라 광고차단 및 계약해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이 좋은 플랫폼이 되려면 음식점들이 맛과 서비스로 소비자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리뷰의 신뢰도가 필수“라며 “불법 리뷰는 아예 배달의민족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감시와 적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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