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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엇갈리는 반도체 전망, “더블딥” vs “선방할 것”

중앙일보

입력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IT(정보기술) 수요가 급감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서버 수요 증가 등으로 선방할 것이라는 시각이 혼재한다.

글로벌 IB, 반도체 매출 전망 일제히 하향 조정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주요 IT 리서치기관과 투자은행(IB)들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최근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2% 증가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치를 8%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해외 IB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반도체 매출 증가율을 기존 8%에서 3% 성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 등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연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20~30% 내렸다. 글로벌 IT 수요 둔화로 반도체 업체의 매출과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 9% 감소했다.

미·유럽 코로나19 확산에 IT 수요 급감 우려

다만, 2분기 이후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대한 예측이 크게 갈린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스마트폰·PC 수요가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와 서버 증설 수요가 IT 제품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혼재해 있다. IDC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수요처는 스마트폰 34%, 서버 26%, 노트북과 데스크톱 9% 등이다.

반도체 업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반도체 가격 전망도 제각각이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과 반도체 성장률은 상관관계가 높다”며 “메모리반도체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가격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향후 몇 달간 판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는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PC 수요가 전년 대비 15% 이상 급감할 경우, 메모리반도체 경기는 더블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블딥은 경기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이다.

서버·데이터센터가 IT 수요 감소 상쇄할 것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서버·데이터 수요 증가로 D램 판가는 올 2분기부터 하반기까지 안정적 혹은 상승 흐름을 지속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아마존, 알파벳, MS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업체의 서버 지출이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적절한 설비투자(CAPEX) 축소 대응으로 D램은 내년 상반기, 낸드플래시는 올해 연말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서버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A) 가격이 2분기에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전 세계 수요급감으로 올해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하겠지만, 반도체 업종은 비대면 수요 증가와 IT 인프라 고도화 촉진으로 비교적 나은 환경”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업종도 기대보다 부진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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