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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무시한 꼼수·뒤집기 난무…진흙탕 총선 막 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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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호 03면

21대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 등록이 27일 마감됐다. 여야 후보들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뉴시스]

21대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 등록이 27일 마감됐다. 여야 후보들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뉴시스]

21대 총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27일에도 후보 공천과 비례정당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적자·서자 논란 속에 선명성 경쟁에 나섰고 야권에서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막판 ‘공천 뒤집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생당은 진통 끝에 전날 비례대표 후보 2번에 오른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의 순번을 14번으로 수정한 새 명단을 의결했다.

시민당·열린민주당은 적통 경쟁 #지지층 결집, 외연 확대 효과 기대 #통합당은 공천 후유증 여진 계속 #“김종인 선대위 힘 모아야” 주문도 #비례의석 여권 비례당에 포위 형국 #지지율 하락세 정의당은 사면초가

시민당은 27일 첫 외부 일정으로 국립현충원과 봉하마을을 잇따라 방문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최배근 시민당 공동대표는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당신을 위해서나 문재인 정부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과 시민당이 함께 길을 나섰다. 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을 함께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시민당 후보들이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을 잘 새겨 좋은 정치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안내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열린민주당도 29일 봉하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적통 경쟁’에 본격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손혜원 의원은 “우리는 나중에 당이 어려울 때 부모를 부양할 마음가짐이 돼 있다”며 ‘효자론’을 내세웠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연합에 대해서도 “우리 후보자들 모두 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시민당에 견제구를 날렸다.

열린민주당이 ‘친문 정당’을 표방할수록 시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이 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로 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두 당의 격차는 제법 난다. 문제는 추세다. 일주일 전과 비교할 때 열린민주당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시민당은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예전 선거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3분의 1 정도는 정의당에 교차 투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분들이 열린민주당 쪽으로 많이 옮겨간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내부’ 비례정당이 쪼그라들고 ‘외곽’의 비례정당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해찬 대표가 “일부 탈당하거나 공천 부적격 판정으로 탈락한 분들이 민주당 이름을 사칭해 비례 후보로 나서는 바람에 여러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경쟁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른 진보정당과 중도층 일부를 흡수하면서 민주당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비례정당이 분화될수록 민주당으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졌던 정의당은 사면초가다. 과거 정의당을 택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란 ‘신상’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역구는 민주당, 정당 투표는 정의당”이란 공식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정의당 지지도는 완연한 하락세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역구 상황이 만만찮은데 비례 의석도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에 포위된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야권에서도 쓴소리가 잇따랐다. 통합당 공관위원을 맡았던 김세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당헌·당규의 수호자가 돼야 할 최고위가 파괴자가 됐다”며 “현 정권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입만 열면 ‘문재인 정권 심판’을 외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법치를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걸레 취급할 수 있느냐. 정상배 집단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이상 더는 보수를 참칭하지 마라”고 당 지도부의 행태를 비난했다.

이석연. [뉴시스]

이석연. [뉴시스]

미래통합당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이석연 공관위원장 권한대행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공천은 70%를 새 인물로 개혁 공천하는 등 한마디로 ‘외연 넓히기 공천’이었다고 자부하는데, 막바지에 최고위가 이를 계속 뒤집은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주 당 최고위가 공관위 공천 결과에 연달아 제동을 걸었을 때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으로부터 “다 털고 나오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하지만 그러면 파국을 이끈 죄인이 되기에 끝까지 공관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그러면서도 “이젠 보수 대통합 선대위로 결실을 거둬야 할 때다. 김 전 공관위원장과 유승민·김무성 의원 모두 ‘김종인 선대위’에 꼭 참여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당의 화합을 주문했다. 김세연 의원도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 심판장이 돼야 한다. 부디 현명한 선택으로 대한민국이 더 이상 흔들리는 것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이날 대전을 찾아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 4명을 차례로 격려했다. 황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이 이제 공천과 통합의 어려움도 대부분 끝내고 준비된 모습으로 3주 후 총선에 나서고 있다”며 “ 민생도 파탄시키고 안보도 다 무너뜨린 무능한 정권이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강한 원팀이 돼서 대한민국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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