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쌍화탕

중앙일보

입력

복잡한 사회에서 현대인은 대개 지쳐 있다. 약간의 날씨 변화에도 감기를 잘 앓는다. 우리가 화내면 기운이 떠서 상기되고 겁을 먹으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변한다. 이렇게 되면 기운이 지치고 혈액순환이 문란해져 감기 바 이러스를 밀어낼 힘도 없다.

그러므로 감기는 원기 부족이니 기운을 보충해야 된다. 그러나 항간에 원기 부족에는 영양을 보충하면 된다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양은 오장육부의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거쳐 비로소 기운으로 되는 것이지 영양을 먹었다고 당장 기운이 되 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운이 부족한 사람은 소화력도 약하므로 과다한 영양 섭취는 감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약 광고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아예 국민에게는 약 선전을 하지 않고 의사에게만 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독일과 여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약의 남용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기라고 너무 쉽게 시중의 쌍화탕 같은 드링크 제재에 기대를 거는 것은 곤란하다.

쌍화탕 계통은 본디 초기 감기약은 아니다. 쌍화탕에 다량 들어 있는 백작약이란 약은 그 성질이 좀 냉하고 오그라뜨리므로 가뜩이나 우울한 일이 많은 우리 시대에 사람들의 원기를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좀 비만한 사람이나 소화가 자신 없는 사람은 습기 를 더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배가 찬 사람이 쌍화탕을 장복해서 배가 더 차가워져서 낭습증(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남)이 된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체질이 영 다르거니와 감기는 날씨에 따라 그 유형을 달리하니 일률적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는 감기 하나에도 감별 진단을 하여 치료하도록 6년 동안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수십 종의 처방을 참고하여 치료한다. 이것이 한의학의 특성이며 장점이다.

감기가 잦거나 오래 끌어 고생하는 사람은 이제는 임시방편만 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 체력에 대해 인근 한의원에서 상담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가정에서는 감기 중에 가볍게 식사하고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따끈한 생강차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