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수면 습관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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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노인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한 젊은이들과 노인들 사이의 하루 24시간 일주기(circadian period)에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미국 학자들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이가 들면서 25시간의 일주기성이 점차적으로 줄어든다는 지금까지의 가설과 반대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의대(Harvard Medical School)의 찰스 차이슬러(Charles A. Czeisler)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일주기성은 24시간 11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에서 의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차이슬러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나이가 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보이는 현상은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면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 일주기성에 비해 제한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보건성(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산하의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와 국립종합의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General Medical Sciences)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6월 25일자에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에는 건강한 젊은이 11명과 노인 13명이 참여했으며 젊은이들의 평균 나이는 23.7세, 노인들의 평균 나이는 67.4세였다. 연구진은 일주기를 측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측정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빛과 같은 교란 인자(factors)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었다고 한다.

연구를 주도한 차이슬러 박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에서 밝혀진 인간의 일주기는 25시간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일주기는 거의 24시간에 가까운 24시간 11분으로 다른 생물종으로부터 알아낸 일주기와 별다른 차이 없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노화연구소에서 노화에 따른 신경학·신경심리학 연구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앤드류 몬잔(Andrew A. Monjan)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서 노화에 따라 일주기성이 반드시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몬잔 박사에 따르면, 일주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활동력(activity)을 비롯해서 집안에서의 불빛에 대한 노출 정도, 여행, 질병, 유전적인 인자 등이 있다고 한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일주기성의 속도 조절자(pacemaker)가 젊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노인이나 젊은 사람들의 일주기성이 동일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의 경우 일주기 속도 조정자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작동하며 수면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속도 조정자는 상방키아스마 핵(suprachiasmatic nucleus) 안의 해마상 융기(hypothalamus) 깊은 곳에 위치하며 상방키아스마 핵은 신체가 시간 감각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오후 9시나 10시 쯤에 하루 중 가장 높은 수면 압력(pressure to sleep)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이 되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수면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약 1도 정도 체온이 감소하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온의 상승은 새벽 4시쯤부터 상승하게 되고 이와 동시에 잠에서 깨어날 확률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송과선(pineal gland)에서는 밤 동안 멜라토닌(melatonin)이 생성되어 방출됨으로써 고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토닌 분비에는 여러 가지 인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약물과 빛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서 전등을 끄면 송과선이 자극을 받는 기작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아침에 뜨는 해도 뇌의 화학적인 작용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잠에서 깨어나도록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국립노화연구소는 노화 및 노인들과 관련된 기초, 임상, 병역학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국립종합의학연구소는 기초 생물의학 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출처] NIH, http://www.nih.gov/nia/new/press/Early.htm : 1999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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