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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경제 성과’ 수포 될 판…재선 나선 트럼프 긴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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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호 16면

[글로벌 이슈 되짚기] 2020 미 대선 새 변수

TV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 모습. 그는 이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TV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 모습. 그는 이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다. 자칫 코로나 사태가 그간 쌓아온 치적을 깎아내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재선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에겐 예상 밖의 걸림돌이다. 사태 초기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독감보다 사망자가 적다. 상황이 완전히 통제돼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성장률·실업률·주가 일제히 내리막 #트럼프, 치적 손상될까 노심초사 #4연승 바이든, 대의원 1111명 확보 #샌더스, 현장 유세 못해 더 불리해져

하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크게 바꿨다. 지난 19일엔 미국 내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해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트럼프는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칭하면서 전과 달리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국민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AP통신 등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백악관 내부에서 ‘이번 사태가 트럼프 재선의 가장 큰 위협’이란 인식이 커졌다”며 “공화당 인사들도 트럼프에게 코로나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전략의 핵심은 ‘경제 성과’다. 이를 최대 업적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재선의 디딤돌로 앞세웠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증시 호황 등이 골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상황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져들었다는 진단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 -12%, 올해 전체로는 -0.8%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자리는 2분기에만 35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7%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뉴욕 증시도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유지해 왔던 ‘트럼프 랠리’는 흔적조차 없다. 다우지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2017년 1월의 ‘20,000’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따라서 향후 몇 주가 트럼프의 재선에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의 향방이 그의 재선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삼켜버렸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바이든

민주당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이번 대선에서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경선 일정 연기 등 선거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은 지난 17일 플로리다·일리노이·애리조나 등 3개 주에서 열린 7차 경선에서도 승리했다. 벌써 4연승이다. CNN에 따르면 20일 현재 바이든이 확보한 대의원은 1111명이다. 매직넘버인 1991까지 880명 남았다. 반면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은 796명이다. 바이든이 대세론을 앞세워 확실한 선두를 굳히면서 대선후보에 바짝 다가선 분위기다.

샌더스

샌더스

코로나 사태가 샌더스의 열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주로 젊은층이어서 대규모 유세를 통해 바람몰이가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유세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바이든에게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버락 오마바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며 신종 인플루엔자(H1N1)와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경험한 만큼 보건 위기에 더욱 잘 대처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샌더스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다음 경선이 3주 후에나 있는 만큼 지지자들과 상의해 보겠다. 당장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취약계층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샌더스 캠프 일각에선 “코로나 사태가 샌더스의 공약인 전 국민 의료보험 ‘메디케어 포 올’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선거 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전국 지지율은 56.5%로 샌더스(34.4%)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민주당 경선의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 사태로 경선 일정을 연기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이지애나주는 다음달 4일 예정된 경선을 6월 20일로 미뤘다. 조지아·켄터키·메릴랜드주 경선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샌더스가 분위기를 반전시켜 이런 일정 변경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투표율 하락도 변수다. 이는 노인층 지지가 두터운 바이든에겐 불리한 대목이다.

이처럼 뜻밖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선거 지형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에겐 일단 불리한 전개다. 민주당 대권주자는 트럼프에게 날카로운 비난만 던지면 되지만, 트럼프는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신종 플루 대응 부실을 지적하며 바이든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당시의 행정 난맥상이 현재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코로나 사태로 미 대선 정국이 점점 고차방정식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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