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정소세포서 성숙시킨 정자, 수정란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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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정소세포에서 성숙시킨 정자로 수정된 수정란이 안전하게 자라는지를 밝히기 위해 곧 실험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20일 을지중앙의료원(회장 박영하)이 개원 40주년 기념으로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한 ´생식의학과 유전학´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일본 돗토리(鳥取)大 니콜라오스 소피키티스(37) 교수는 ´불임환자의 미성숙 정자를 안전하게 성숙시킬 수 있다면 불임치료에 획기적인 장을 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피키티스교수는 그리스 아테네의대를 나와 미국 켄터기대, 코넬대 등에서 연수한 뒤 88년부터 일본에서 불임연구를 하고 있는 불임전문학자로 지난 2월 무정자증 남자의 정낭(精囊)에서 채취한 정조세포(精祖細胞.정자가 되기 수단계전의 미성숙세포)를 새앙쥐와 시궁쥐 18마리의 정소(精巢)에 이식, 이중 5마리에서 정자가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돗토리大 연구팀과 함께 쥐 정소세포를 이용한 미성숙 정자 육성연구를 한 이탈리아 세베리노 안티노리박사는 지난 3월 이 방법으로 성숙시킨 정자로 임신된 아기가 5명이 태어났고 한국인 1명 등 6명이 임신중이라고 밝혀 ´쥐아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소피키티스교수는 안티노리박사의 발표에 대해 ´미성숙정자 육성연구만 공동으로 했을 뿐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안티노리박사 연구는 한번도 학계에 공식발표되지 않아 논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의 정소를 이용해 사람 정자를 성숙시키는 연구에 대한 윤리논쟁에 대해 ´의사로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하나의 의무이기 때문에 불임치료가 가능한 방법이면 어떤 것이든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학상 위험요소에 대해 ´동물 단백질 중 어떤 물질이 사람에게 들어오거나 동물세포가 사람에게 전이되는 문제, 동물바이러스의 DNA가 사람 염색체에 들어와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 등 문제 소지가 있다´며 ´쥐의 정소에서 성숙시킨 정자의 수정란 DNA와 정상적인 수정란 DNA를 분석,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돗토리대는 최근 정조세포를 쥐의 정소에 이식, 배양한 정자를 난자에 주입, 수정시켜 생육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인체응용 금지 등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소피키티스교수는 ´이 방법이 암치료를 위한 방사선요법과 화학요법으로 정자가 줄어들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킨 불임 남성 암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정자 안의 Y 염색체 일부가 없어져 불임인 사람을 유전자치료를 통해 치료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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