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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살리려면 추경 빨리 집행하고 주 52시간제 완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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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코로나19 추경안’ 논의를 위해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오른쪽)가 추경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코로나19 추경안’ 논의를 위해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오른쪽)가 추경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나라 곳간을 활짝 열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에서 합의됐다. 과거 추경은 국회를 거치면서 여기저기에 칼질을 당해 정부 안보다 규모가 줄어들곤 했다. 이번 추경은 달랐다. 총액은 정부 안과 같은 규모지만 모자란 세수를 메우는 데 쓰려고 했던 세입경정 규모를 대폭 줄였다. 사실상의 증액이다. 추경 정부 안이 국회로 간 지난 5일 이후 날이 갈수록 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위기감이 더 커진 시장 분위기가 반영됐다.

전문가 “영세 상인 추가지원 필요 #최저임금 그대로 두면 대량 실업” #정부 “항공·관광업 세금 지원 검토” #외환위기 때처럼 2차 추경 거론

여야가 이날 합의한 추경안은 정부 안 11조7000억원과 동일한 규모지만 내용은 차이가 있다. 3조2000억원 수준의 세입경정 규모를 8000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대신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경북 지역 지원 예산을 1조원 늘렸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민생 안정 사업, 감염병 대응 사업 등의 규모도 키웠다.

재난지역 영세기업 최대 60% 세액감면

여·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합의. 그래픽=신재민 기자

여·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합의.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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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 계층에 대한 세금 혜택도 당초 정부 안보다 늘었다.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감면 적용 대상으로 정부는 ‘연 매출 6600만원(부가세 포함) 이하 개인사업자’로 정했었다. 여야는 매출 기준을 연 8800만원으로 늘려 면세 대상자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116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7100억원의 감세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간이과세자 부가세 납부 면제 기준금액도 올해 한시적으로 연 매출 3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상향했다. 총 17만 명에게 2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등 감염병 특별재난지역에 위치한 영세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최대 감면율은 기존의 15~30%에서 30~60%로 늘린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지역 특별재난지역 소재 중소기업들은 올해 한시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소기업은 60%, 중기업은 30% 각각 감면받는다. 유흥주점업과 부동산임대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종에 적용되며 총 13만 명이 34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3~6월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및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소비 진작 대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역대 네 번째 규모의 ‘수퍼 추경’이 지난 16일 1.25%에서 0.75%로 낮아진 기준금리 ‘빅컷’과 시너지를 내며 당장의 급한 불을 꺼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임시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추경이 확정되고 정부와 의회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시점에서 중앙은행도 적극적인 자세를 띤다면 경제주체의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이제 출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특단의 추가 대책을 재차 주문했다. 여당도 정부의 추가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당초 여당은 추경 정부안 규모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 극복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안 대비 6조원 이상의 증액을 주장했었다.

내수 부양 위한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

연도별 추경 규모 및 추경 편성 이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도별 추경 규모 및 추경 편성 이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도 벌써부터 추가대책 마련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추경 정부 안은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후 불과 열흘 만에 나왔다. 그런 만큼 시간이 없어 못 넣은 사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항공업에 대한 추가 지원이다. 익명을 원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항공업 지원의 경우 관련 부처가 기재부에 추경 사업으로 제출했으나 결국 정부 안에서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광업계에 대한 금융·세금 지원, 여행 수요 회복 방안 등도 마련된다. 내수 부양을 위한 임시공휴일 지정 등도 다시 검토된다.

문 대통령이 도입 가능성을 거론한 재난기본소득 시행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런 정책을 추가하려면 돈이 든다. 그래서 ‘2차 추경’ 편성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 전례도 있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8년 등 90년대 이후 다섯 해에 1년 내 추경이 두 번 편성됐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추경을 포함한 세 차례 대책에 이어 필요하면 새로운 4차, 5차 대응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적 피해는 소비자보다 생산자에게 더 크고 치명적”이라며 “영세 상인, 여행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은 기존 정책의 빠른 집행이 필수라는 진단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례없이 증액했던 본예산에 추경까지 편성해 놓고도 집행이 미뤄지는 사업이 없도록 집행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제와 같은 기존 정책을 고수해서는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못보고 나라 곳간만 비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그래도 두면 대량실업이 올 것”이라며 “경직적인 주 52시간제의 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와 같은 정책 전환이 나와야 각종 대책이 효과를 보고 대량 실업 사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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