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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공무원시험 연기는 찬스”…독려냐 실언이냐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로 인한 공무원 시험 연기를 두고 '찬스'라고 표현한 한국사 강사 A씨. [사진 유튜브 캡쳐]

코로나19로 인한 공무원 시험 연기를 두고 '찬스'라고 표현한 한국사 강사 A씨. [사진 유튜브 캡쳐]

“9급·소방·경찰시험 연기는 찬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각종 공무원 시험이 5월 이후로 연기된 가운데 한 유명 공무원 시험 한국사 강사가 이같이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A강사는 31만명을 가입자로 둔 자신의 카페에 ‘시험 연기 소식을 들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바람직한 자세’와 ‘시험 연기는 찬스다!’라는 제목의 동영상 링크를 올렸다.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공무원 필기시험이 5월 이후로 잠정 연기되면서 영향을 받는 수험생은 18만5203명이다. 시험 강사들은 이들을 위한 강의 영상을 추가로 제작했는데, 여기에 담긴 표현이 도리어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일부 수험생들은 A강사가 사용한 ‘찬스’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한 수험생은 해당 카페 게시물에 댓글을 통해 “의도는 알겠지만, 표현의 문제가 있다. 포항 지진 때 수능 연기했다고 그걸 찬스나 기회라고 표현하나”라며 “어떤 수험생의 부모는 직장을 잃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조용히 애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강사 측은 “코로나19는 결국에는 지나가고 치료가 될 텐데 이렇게 되면 결국 (수험생) 개인에게 남는 것은 합격과 불합격의 결과 뿐”이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수험생 원래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공부에 전념해달라는 부탁과 응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당 동영상이 논란이 일자 A강사는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공무원 시험 국어 강사 B씨는 "기회라 생각하고 미친듯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공무원 시험 국어 강사 B씨는 "기회라 생각하고 미친듯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A강사 뿐 아니라 공무원 시험 국어 강사 B씨도 공무원 시험 연기 소식에 대해 6일 동영상을 통해 “일정이 연기됐는데 ‘여유가 있다’ 이따위 생각을 하나”라며 “나에게 찾아온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고 미친 듯이 해야 한다”고 말해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B강사 카페 가입자는 15만명이다. 그는 모의고사에서 중위권 성적을 받은 수험생들을 향해 이같이 말하며 “시험 일정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자리에서 공부하셨으면 한다”며 “뒤돌아봤을 때 ‘어떻게 3~4월을 보냈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 사이에서도 강사들의 표현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수험생은 “모든 사이클을 3월 28일에 맞추고 공부를 해 왔고 그날만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견뎠는데 5월 이후로 연기된다고 하니 힘이 빠지더라”라며 “부족한 부분을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안도보다는 얼마나 더 버터야 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선생님들의 충고가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수험생은 “사람들이 매일 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스’라는 발언은 사려 깊지 못한 것”이라며 “‘찬스’ 발언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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