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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천안시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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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충남 천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16일까지 충남의 감염자 115명 가운데 84%(97명)가 천안에서 나왔다. 이 바람에 인구 67만인 천안은 쑥대밭이 됐다. 도심은 인적이 끊겼고, 문 닫는 상점이 줄을 잇고 있다.

감염자가 많은 데는 천안시의 허술한 대응이 한몫했다. 천안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월 25일이다. 줌바댄스 수강생 등이었다. 그런데 열흘 전인 2월 15일 천안에서 댄스강사 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는 대구 등 전국에서 29명이 참석했다. 천안시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일 뒤에야 워크숍 정보를 파악했다. 이후 한동안 참석자 역학 조사도 안 했다. 지난 5일에야 세종시에 워크숍 참석자 명단을 알렸다. 이날 워크숍에 갔던 세종시의 한 강사가 감염 판정을 받았다. 이어 이 강사의 수강생도 감염되는 등 세종시에 퍼졌다. 또 천안에서는 70명 이상이 감염된 상태였다. 감염자는 대부분 줌바댄스 수강생이나 그 가족이다. 줌바댄스 발(發) 코로나는 이렇게 확산했다. 천안시는 “증상 시작 1일 전부터 조사한다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서 한동안 그냥 두다가 충남도 등과 협의했다”고 했다.

천안시는 또 확진자 경로 조사와 공개도 제때 하지 않아 시민의 불만을 샀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공무원이 시민에게 나눠줄 마스크를 집으로 가져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천안은 최악의 재난을 맞았지만, 시장이 4개월째 공석이다. 방역 대책 사령탑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시장이 시장 권한을 대행한다. 일부에서는 시장 공석이 공직 기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민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최근 ‘천안을 살려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했다. 구본영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로 취임 1년 5개월여 만에 낙마했다. 그는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재선에 도전하는 구 전 시장을 전략공천했다.

천안시장 보궐선거는 이번 총선과 함께 치른다. 민주당은 시장 후보를 내며 “구 전 시장 공천은 공정한 절차와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보궐 선거에 따른 선거비용 낭비(약 10억원)에는 별로 미안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쉽다.

김방현 대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