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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서 폐기 판정된 KF94 마스크, 시중에 1만장 풀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중국인 무역업자 A씨는 보건용 마스크를 사기 위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A씨는 한 유통업자를 통해 “KF94 마스크를 개당 2300원에 15만장까지 사게 해주겠다”는 한국인 도매업자를 소개받았다. 이후 A씨는 구매 대금 3억4500만원을 도매업자에게 보냈다.

 불량 마스크 [사진 서울송파경찰서]

불량 마스크 [사진 서울송파경찰서]

A씨는 이 도매업자로부터 마스크 1만5000장을 우선 전달 받았다. 그런데 A씨는 이 물건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스크에 부착된 부직포가 비뚤어졌거나 코 밀착용 플라스틱이 제대로 끼워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A씨는 잔여 물품도 받지 못했다. A씨는 한국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 수사 결과 A씨가 구매한 마스크는 경북 지역 마스크 폐기업체에서 빼돌린 제품이었다. A씨가 도매업자로 소개 받은 사람은 이 마스크 폐기업체 사장이었다.

업체 사장은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로부터 폐기물 처분을 받은 마스크를 처리한다는 명분으로 65만장을 모아둔 뒤, 새 물건인 것처럼 속였다. 피해자는 A씨 말고도 2명(중국인과 한국인 1명씩)이 더 있었다. 총 피해액은 10억원 정도다.

지난달 29일 경찰은 폐기업체 사장과 공범을 포함한 8명을 검거(사기, 약사법 위반 등)했다. 16일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이들이 정상적인 마스크 제조업자가 아니라 사기 혐의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불량품 1만장은 이미 시중에

경찰에 따르면 해당 폐기업체에서 유통업계에 뿌려진 마스크는 65만 장 중 5만장이다. 경찰은 이중 소매점을 통해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된 마스크는 총 1만장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불량 마스크를 전부 회수하진 못했다”며 “압수한 마스크는 모두 경찰에서 폐기처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폐기물 처리법 위반”

식약처는 6일부터 유통업자들의 마스크 판매 규정을 강화했다. 마스크를 3000장 이상 판매할 때는 식약처에 신고해야 하고 1만 개 이상을 판매할 때는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불량 마스크가 쌓여있던 창고 [사진 서울송파경찰서]

불량 마스크가 쌓여있던 창고 [사진 서울송파경찰서]

마스크 필터 여과율이 80ㆍ94% 등 기준에 못 미치거나 귀 끈이 제대로 되지 않은 마스크들이 주로 폐기 처분을 받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업자들은 폐기처분을 받은 물건을 지정된 폐기업체에 넘겨야 한다”며 “폐기물처리업자가 법에 따른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기 기승에 전담팀까지

한편 현재 수사기관은 기승을 부리는 마스크 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1일 오전 기준 검찰이 수사하거나 경찰을 수사지휘하는 마스크 관련 사기 사건은 99건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집계 때 6건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보건용품 유통교란사범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청도 8000여 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해 지방경찰청마다 특별단속팀을 두고 마스크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스크 관련 사재기, 사기 신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많아져 전담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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