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행·연기·무관중·취소…도쿄올림픽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개막 130일을 남긴 2020 도쿄 여름올림픽(7월24~8월9일)을 예정대로 열 수 있을까. 일본 정부(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포함)의 고민이 깊다.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태로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예정대로 개막을 밀어붙일지, 무관중 대회라도 할지, 아니면 일정 기간 미룰지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에도 개막일을 향해 시간은 흐른다.

도쿄올림픽. [AF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AFP=연합뉴스]

◇'벼랑 끝' 일본 “최대한 버틴다“=일본 정부와 올림픽조직위는 취소나 연기 등 다른 옵션은 고려하지 않고 대회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의 정상 개최 가능성"을 묻는 말에 “감염 확대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무사히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연기나 축소, 취소를 판단할 데드라인이 언제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일본이 대회를 강행하려는 건 그 밖의 다른 결정을 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서다. 일본 SMBC닛코증권은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을 경우(연기 포함),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1.4% 떨어지고, 기업 수입도 24.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닛코증권은 “경제적 손실이 7조8000억엔(약 88조원)에 이를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올림픽 악재가 더해져 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수준의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마지노선 ‘무관중 대회’= 일본 교도통신은 14일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관중 없이 치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하라다 무네히코 와세다대 교수는 “이미 올림픽 관련 준비에 3조엔(35조원)이 투입된 만큼, 취소보다 무관중 경기가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신체 접촉이 많은 유도나 레슬링 등 일부 종목은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관중 없이 대회를 강행하면 최대 10억 달러(1조2000억원)로 추정되는 입장권 수입을 잃는다. 그래도 TV 중계권과 스폰서십 수입은 지킬 수 있다. 여름올림픽 총수입은 60억(7조3000억원)~70억달러(8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계권과 스폰서십 수입이 그중 80% 안팎이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앞으로 마스크를 쓴 도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앞으로 마스크를 쓴 도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실적 대안은 ‘1년 연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 1년 늦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한 뒤 ‘대회 1년 연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곧바로 “대회 일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설왕설래는 계속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 내에서도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살려, 미·일이 함께 1년 연기 안을 공동 제안하면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몇 개월 늦춰 연내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올림픽 최대 시청 층인 미국의 경우 가을철에는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미국 프로풋볼(NFL) 시즌 등 인기 스포츠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서다. 2년 늦춰 2022년 개최하면 베이징 겨울올림픽, 카타르 월드컵 등과 흥행 경쟁이 불가피하다. 일본으로서도 대회 운영예산이 대폭 늘고, 종목별 예선을 다시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부담이다.

일본 국민도 ‘1년 연기’에 긍정적이다. 스포츠호치가 일본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찬성 의견 중 62%는 1년, 25%는 2년을 선택했다. 걸림돌은 IOC와 조직위가 작성한 계약서다. ‘2020년 이내에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게 계약의 핵심 내용이다. 계약에는 또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않을 경우 일본 측이 보상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취소 때는 더 큰 혼란=캐나다 출신 딕 파운드 IOC 위원이 지난달 “코로나19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게 위험하다면 연기하는 것보다는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이후,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가장 낮다. IOC와 일본 모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24년의 여름올림픽 역사에서 전쟁 기간을 빼고는 대회를 중단(취소)한 적이 없다는 게 ‘결단’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올림픽 개최 여부는 IOC가 결정한다. IOC 정관에 따르면, 심대한 대회 중지 사유가 있을 경우 개최도시에 중지 검토를 통보하고, 60일 이내에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판단할 데드라인을 5월 말로 보고 있다.

IOC는 일단 세계보건기구(WHO)에 결정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2일 “IOC는 WHO의 조언을 들을 것이며, WHO가 도쿄올림픽을 일정을 취소하라고 통보하면 권고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지난달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연기를 결정하는 건 우리의 권한 밖이다. 다만 올림픽 개최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우리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송지훈·박소영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