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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코로나에 전세금 못준다는데, 그냥 이사해도 될까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부동산 거래에도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집주인이든 세입자든 감염 우려에 집을 보여주길 꺼리고,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급격히 줄었죠.

문제는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 이사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입니다. 대개 세입자는 만기 시점에 맞춰 이사할 집을 구해 놓죠. 이 경우 집이 안 빠지면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보채면 "세입자를 들여야 줄 수 있다"며 맞받아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 이럴 땐 이사를 해도 될까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돈 돌려줘" 내용증명부터

=전세 계약 만기 전이라면 일단 집주인에게 '○일까지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게 좋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이 편지 내용과 날짜를 증명해 주는 역할을 해, 나중에 분쟁이 생길 때 근거가 된다. 개인이 보내든, 변호사를 통해 보내든 효과는 같다. 계약 만료 최소 한 달 전에 발송하는 게 좋지만, 만기 전이라면 보낼 만하다.

=내용증명에 적을 건 ①발신인과 수신인의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②임대차 계약 내용(금액, 계약 날짜 등) ③보증금 반환 기간 안에 돈 주지 않는 내용 ④보증금 반환 요청(소송 의사 등 표현) ⑤보증금 반환 계좌번호 등이다.

내용증명 작성 예시

내용증명 작성 예시

#이사 가능 여부는 각자 여건 따라 달라

=대개 내용증명 단계에서 전세금 반환 문제는 해결된다. 집주인 입장에서 '소송을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 매물의 보증금을 확 낮춰 세입자를 구해 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안 되면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금을 돌려준다.

=만약 만기가 지났는데도 돈을 못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자금력에 따라 나뉜다. 우선 대부분의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돈을 받아야 이사할 집에 돈을 줄 수 있는 만큼, 이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집주인을 달래는 게 최선이다. 반면에 집주인에게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이사할 집에 돈을 줄 여력이 있다면 이사하는 게 좋다. 이사를 못 해 계약이 깨지는 등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하려면 임차권 등기 먼저

=다만 무턱대고 이사해선 안 된다. '임차권 등기명령'이 선행돼야 한다. 임차권 등기는 전세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전세금에 대해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한 조치다. 여기서 법적 보호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를 의미한다.

=대항력이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 즉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계약 기간까지 살 수 있고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권리를 말한다. 우선변제권은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우선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데 집주인 협조는 필요 없다. 서류 준비가 까다로워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맡기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필요한 서류는 확정일자가 찍힌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등본,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 임대차 등기명령 신청서 등이다. 전셋집 주소지 관할 법원에 가서 준비한 서류를 제출한다. 등기를 신청하면 2~3주 안에 등기명령이 나온다. 비용은 송달료, 등록세 등을 합쳐 4만원 정도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확정일자 믿고 집 빼선 안 돼

=원칙상 집을 비우면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이 사라지지만, 임차권 등기가 나면 이사를 해도 그 집에 그대로 사는 것 같은 효력이 생긴다. 다른 곳에서 전입 신고를 해도 괜찮다.

=임차권 등기 없이 기존에 계약서에 받아 놓은 확정일자(증서가 작성된 날짜가 증거력이 있다고 법률에서 인정하는 것)만 믿고 집을 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절대 그래선 안 된다. 확정일자와 별개로 주민등록을 옮기면 세입자의 대항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만 해놓고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안 된다. 임차권 등기명령에 의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효력은 법원의 결정이 나야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기부에 임차권 등기가 됐는지 확인한 뒤 이사해야 한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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