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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 사무실 소독하면 괜찮을까…"실내 반복 소독은 오히려 위험"

중앙일보

입력

서울 동작구 동 방역소독반이 13일 흑석동 한 대학병원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동작구청 제공]

서울 동작구 동 방역소독반이 13일 흑석동 한 대학병원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동작구청 제공]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 사례가 늘면서 사무실 등 밀집 공간에 대한 방역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24시간 사무실을 폐쇄한 채 방역해야 한다. 감염된 사람이 나오지 않았지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 매일 건물을 소독하는 곳도 있다. 사무실 소독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공기 중 3시간, 플라스틱 표면에서는 최대 3일까지 생존"

10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최대 3시간,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 표면에서는 2~3일간 생존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의 경우 플라스틱 표면에서는 72시간, 스테인리스 표면에서는 48시간 생존했다”며 “코로나19의 생존 능력이 사스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19가 최대 5일까지 생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나 각기 다른 물질에서 바이러스의 생존력 차이를 비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뇨와 소변에 섞여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중국 우한대 연구팀 등이 지난 8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에어로졸(공기 입자)에 대한 현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병원 화장실에서 코로나19 리보핵산(RNA)의 농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며 “화장실의 소독과 통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살균제로 코로나19 사멸 가능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살균제를 사용했을 때 비활성화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은 미끄러운 지방질과 단백질 분자로 구성돼있는데, 소독제가 그 지방층을 분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연구 중인 후안 레옹 미국 에머리 대학 교수는 12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 바이러스’는 보호막이 강력해 소독제에도 살아남는 경우가 있지만, 코로나는 이보다 약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용 살균제로도 소독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실내 소독을 지나치게 자주하면 예상치 못한 다른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독할 때 쓰는 약물이 점막을 자극해 다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실내 청소용 소독제에 주기적으로 노출된 간호사들은 만성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옹 교수와 일하는 한 연구진은 “2017년 독일에서도 살균제와 천식이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수년 동안 알려진 사례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외 소독은?…"효과 불분명"

중국 우한에서 야외 소독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야외 소독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실내와는 달리 야외 소독의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야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살균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다. 표백제를 희석한 성분인데 이 성분의 소독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표백제가 자외선(UV) 빛 아래에선 분해가 되기 때문이다. 레옹 교수는 “표백제가 야외에서 코로나19를 사멸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오픈(개방)된 공간에 소독제를 살포하는 방식보다는 실내에서 사람들이 손이 많이 가는 접촉 표면들을 닦아주는 소독이 가장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분별한 야외 소독은 환경을 오염시킬 위험도 뒤따른다. 장루보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원은 CCTV와 인터뷰에서 “도로나 광장, 잔디 등 야외에 소독약을 반복적으로 뿌려서는 안 된다”며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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