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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 뒤 KF80이 KF94보다 비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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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에 당일 마스크 판매량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에 당일 마스크 판매량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이후 가격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약국·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 공급 확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가격이 소폭 내렸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최고치(KF94 기준)로 치솟았다. 방역 효과가 떨어지는 KF80(0.6㎛ 미세먼지 80% 이상 차단) 규격 제품 가격이 KF94(0.4㎛ 미세먼지 94% 이상 차단) 규격 가격을 크게 역전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정부 개입으로 시장 내 수급 구조가 헝클어져 일종의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적 판매 늘리자 수급 교란돼 #마스크 못 산 사람 몰려 값 올라 #방역효과 낮은 제품이 값 역전도

11일 통계청이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마스크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약국·마트·편의점 등 전국 16개 시·도 155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 KF94 규격 마스크 평균 가격은 지난달 6일 2419원에서 이달 10일 1871원으로 22.7% 내렸다. 이 가격은 정부가 마스크 수출 규제를 발표 직후인 지난달 27일 최고점(2751원)을 찍었다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줄서기 현상은 여전하지만, 약국·우체국·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에서 1500원대 정부 공급 물량이 풀리면서 가격이 내린 것이다.

최근 마스크 1장당 가격 동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마스크 1장당 가격 동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반면 쿠팡·티몬 등 검색 가능한 온라인 시장에서 파악한 마스크 가격은 폭등했다. 10일 KF94 기준 평균 가격은 4813원으로 지난달 6일(3153원)보다 52.6% 올랐다. ‘마스크 5부제’ 이후 크게 올랐다. 한 달 전 온라인으로 공급하던 100여 종의 제품이 30여 종으로 줄어든 데다 줄 설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 비싼 가격에도 마스크를 사들이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사실상 1500원대로 묶어둔 상태다. 가격 폭등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최고가격제’ 규제를 둔 것이다. 시장 원리상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통제하면 규제를 넘어선 가격에서도 거래가 일어나는 암시장이 형성된다. 온라인 시장이 불법 암시장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개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온라인 시장이 암시장은 아니지만, 정부가 내놓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 보니 귀해진 물량이 정부 공급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 효과가 떨어지는 마스크 가격이 갑자기 더 비싸게 팔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오프라인 시장 모두에서 관찰됐다. 방역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KF80 규격 마스크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팔라진 지난달 18일 전까지는 KF94 규격 마스크보다 싸게 팔렸다. 그러다 19일 이후부터 온라인 시장에서 KF94 규격 마스크값을 앞지르기 시작, 이달 7일에는 7350원까지 치솟았다. KF94 규격보다 3175원 더 비싸게 팔린 것이다. 김 교수는 “마스크 수요는 많은 데 일시적으로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품질 상관없이 가격이 형성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 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방역 효과는 낮더라도 숨쉬기 편한 마스크를 찾는 수요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KF80 규격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정상적인 수요를 반영한다”며 “의료용이 아닌 이상 KF80 수준이 숨을 쉬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용도로 쓰기 편해 광범위한 수요층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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