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구단 전 대표·심판·기록원 '부정 청탁' 정황 수사의뢰

중앙일보

입력

KBO리그가 '부정 청탁' 의혹으로 또다시 크게 흔들릴 위기를 맞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구단의 전 사장, 심판위원, 기록위원이 골프를 치며 부정청탁을 주고받은 정황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중앙포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구단의 전 사장, 심판위원, 기록위원이 골프를 치며 부정청탁을 주고받은 정황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중앙포토]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프로야구 구단 전 대표이사와 현 심판위원, 기록위원 간의 '부정 청탁' 정황을 규명해달라며 1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KBO는 지난해 말 제보자 A씨로부터 구단 대표이사였던 B씨, C 심판위원, D 기록위원이 2016년 골프 라운딩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내부 조사를 벌여 왔다.

KBO는 정규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때 야구단 대표와 심판·기록위원이 함께 골프를 쳤다는 건 심판 판정과 경기 기록·결과에 영향을 끼쳐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KBO는 내부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관련 검토했으나 수사권이 없는 한계 때문에 사실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KBO는 투명한 리그 운영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B, C, D씨가 골프를 치면서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국민체육진흥법 14조 3항 '선수 등의 금지 행위'에는 전문 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은 운동경기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을 해선 안 된다고 적시했다.

또 이런 내용은 선수·감독·코치·구단 임직원 또는 심판위원의 부정행위를 적시한 KBO 규약 148조에도 저촉된다. KBO 조사위원회에서 C씨와 D씨는 "골프를 친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보자 A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고 KBO가 판단, 경찰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KBO 총재는 선수, 감독, 코치, 심판위원에겐 최대 실격 처분을, 구단 임직원에겐 직무정지 징계와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 여부는 더 검토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에는 E 심판위원이 2012년 4개 야구단 관계자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있었다. 리그 구성원이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KBO 규약을 위반한 행위였다.

당시 수사 결과, 구단 관계자들과 E씨의 금전 거래가 승부 조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부적절한 금전거래로 인해 KBO리그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바 있다. 이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부정 청탁' 의혹이 KBO의 신뢰를 다시 위협하지 않을까 야구계는 걱정하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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