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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정보에 불안···'코로나 블루' 앓는 당신, 극복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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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 제공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 제공

“집에만 있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너무 우울하기만 해요.” 대학원에 재학 중인 A(27)씨는 답답함에 전화기를 들어 심리상담을 요청했다. “일상이 다 멈춰버려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가격리자 수가 3만명을 넘어가며 온 국민이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를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영어 단어 '우울감(blue)'을 합성한 신조어다.

부모들도 비상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에 대해 22일까지 휴교령이 내려지자 전국 맘카페에는 “아이들하고 집에만 있고 사람도 못 만나다보니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라며 힘들다는 글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메르스 때도 나타난 분노·불안…코로나19는 더 심하다

1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들어온 심리상담 민원은 하루 평균 10여건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밀접 격리된 자는 1만 5000명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등이 이 중 일부 심리 상태를 조사한 결과, 환자가 아닌 격리자의 경우에도 16%가 분노감, 7.6%가 불안증을 보였다. 코로나19는 더 심각하다.

메르스는 치사율은 높지만 감염력이 낮아 감염자가 적었지만 코로나19는 감염력이 높아 공포감이 더 뚜렷하다.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예방 못지않게 ‘심리적 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에 지난 9일부터 방대본과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가 함께 나섰다. 학회 소속 230여명의 전문가가 무료로 심리상담에 나선 것이다.

육성필 한국심리학회 코로나 대책위원장은 “감염병을 포함한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지역사회를 재건하는 게 중요하다”며 “심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재난이 끝나고 나서도 갈등 봉합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의학적 접근보다 심리치료적 접근 우선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심리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리치료적 접근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충격으로 인한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하도록 돕는 개인상담, 집단상담, 가족치료 등이 해당한다. 정신적 충격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의 발전을 미리 막는 취지다.

미국의 경우에도 재난심리지원은 정신과적 진단보다 심리적 응급조치를 우선시한다. 일반 국민이나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재난을 극복할 자원을 개발시켜주는 심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들이 줄지어 취소되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무관중 공연 생중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예술로 다가가기'를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해 취소된 공연들을 공식 유튜브, 네이버 TV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들이 줄지어 취소되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무관중 공연 생중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예술로 다가가기'를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해 취소된 공연들을 공식 유튜브, 네이버 TV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뉴스1]

육 위원장은 “오히려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게 과도하게 걱정과 불안감을 증폭시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리방역은 대단한 게 아니다. 가족들과의 소통, 좋아하는 음악 듣기, 명상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등 소소한 일상을 통해 특별한 전문가를 만나지 않고도 심리방역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심리학회는 심리방역 캠페인 ‘1-3(일상) Hello; 어떻게 지내’를 시작했다. 하루에 주변인 3명에게 손편지나 메신저, 영상통화 등으로 안부를 전하고 자신의 건강한 일상생활을 SNS에 올린 뒤 #어떻게 지내 #코로나19 함께 이겨내기 등 관련 해시태그를 붙이는 활동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혼자만의 노력이나 훈련을 통해서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쉽게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다거나 무기력함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는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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