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검은 월요일’의 공포를 딛고 10일(현지시간) 4% 넘게 반등했다. 전날 하락 폭의 절반은 회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까지 ‘급여세(임금징수세·payroll tax) 면제’를 추진한다는 파격적인 재정부양책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급여세 0%' 추진 소식에 상승 반전 #오는 11월 대선 앞두고 전략적인 경기부양책 #러시아 감산 합의 기대에 유가 10% 급반등 #코로나19, EU 모든 회원국에 전파...스톡스 1%↓
이날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167.14포인트(4.89%) 급등한 2만5018.1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35.67포인트(4.94%)와 393.58포인트(4.95%) 치솟은 2882.23과 8344.25에 장을 마감했다.
JP모건체이스와 홈데포는 7% 이상 급등하며 다우지수를 끌어올렸다. 페이스북과 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모기업 알파벳도 5% 가까이 상승했다.
종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던 뉴욕증시는 오후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급여세율 0%’라는 파격적인 정책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만나 올해 말까지 급여세를 완전히 면제하거나 영구적으로 감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감세 규모는 3000억 달러(약 35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급여세 인하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 든 이유는 수혜 계층이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이기 때문에 오는 11월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는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경기 침체기인 2011년과 2012년에 급여세를 6.2%에서 4.2%로 낮춘 바 있다. 이를 통해 한 해에 1000억 달러(약 120조원)를 근로자들에게 풀어 소비 진작에 활용했다. 이후 2013년 급여세는 6.2%로 환원됐다.
국제유가도 반등했다. 전날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 가능성이 불거지며 걸프전이 벌어진 1991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던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전날 대비 배럴당 3.23달러(10.4%) 급등한 34.3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감산 합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OPEC이 요구한 대로 추가감산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도 다소 진정되면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6% 위로 올라왔고, 2년물 수익률은 0.48%를 기록했다. 30년물 수익률은 1.133%로 1% 위로 올라왔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유럽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유럽 내 확진자가 최근 4일간 두 배 이상으로 늘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모두 감염자가 나왔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3.86포인트(1.14%) 떨어진 335.64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밀라노 증시에서 FTSE MIB 지수는 605.73포인트(3.28%) 급락한 1만7870.18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149.53포인트(1.41%) 하락한 1만475.49,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71.30포인트(1.51%) 떨어진 4636.61을 기록했다.
EU에서도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나왔지만, 트럼프의 ‘급여세 면제’ 소식만큼 효과를 보진 못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EU 27개 회원국 지도자가 참석한 화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EU 경제가 이 폭풍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즉각 75억 유로(약 10조원)의 돈을 풀고, 250억 유로(약 34조억원)의 투자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