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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에 놀란 트럼프 "급여세 인하 논의" 긴급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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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미 중앙은행인 Fed를 향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 Fed가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이른바 '양적완화(QE)'까지 압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미 중앙은행인 Fed를 향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 Fed가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이른바 '양적완화(QE)'까지 압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급여세'(payroll tax)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가 7%대 폭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을 기록한 데 따른 긴급 처방책이다.

'급여세 인하' 중산층 효과 커 11월 대선에 유리 #오바마, 리세션에 급여세 2.0%P 인하로 소비진작 #25% 늘어난 미 재정적자에 국회 통과 어려울 수도 #트럼프 추진 까다로운 감세보다 Fed 금리인하 선호

급여세는 최대 13만2900달러까지 근로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으로, '소득세'(Income Tax)와는 구분된다. 소득세 경우 근로소득 이외에 개인 소득 구간별로 9700달러(10%)에서 51만301달러(37%)까지 7구간으로 나눠 차등 과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급여세 인하 또는 실질적인 감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시급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감세안은 10일 오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지수는 전부 7.29~7.79% 폭락했다. [AP=연합뉴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지수는 전부 7.29~7.79% 폭락했다. [AP=연합뉴스]

이는 소비 진작과 더불어 시급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병가나 자가 격리를 꺼릴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도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입은 항공·숙박 업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급여세 인하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 든 이유는 수혜 계층이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이기 때문에 오는 11월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급여세 인하는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경기 침체기인 2011년과 2012년에 급여세를 6.2%에서 4.2%로 낮춘 바 있다. 이를 통해 한 해에 1000억 달러(약 120조원)를 근로자들에게 풀어 소비 진작에 활용했다. 이후 2013년 급여세는 6.2%로 환원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금융위기 직후 급여세를 2년간 6.2%에서 4.2%로 낮춰 소비 진작 효과를 봤다. [백악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금융위기 직후 급여세를 2년간 6.2%에서 4.2%로 낮춰 소비 진작 효과를 봤다. [백악관]

문제는 미국 정부가 감세를 시행할 수 있을 만큼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첫 4개월 동안 정부는 전년 동기 대비 25% 급증한 3892억 달러(약 467조원)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재정적자도 전년 대비 27% 늘었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시행한 1조5000억 달러(1795조원) 규모의 감세와 지출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단기적으로 공급초과를 초래해 장기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단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연일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트럼프는 Fed에 추가 금리 인하는 물론, Fed가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이른바 ‘양적 완화’까지 압박하고 있다.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국회라는 산까지 넘어야 하는 만큼 감세보다는 금리 인하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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