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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원 권선2동 확진자 아버지 "마지막 들른 나라는 이탈리아 아닌 프랑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수원 아파트 밖에 나온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 남수현 기자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수원 아파트 밖에 나온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 남수현 기자

"취업 전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갔다가…. 3월에 취업이 베트남 쪽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 때문에 가질 못 해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취업 전 유럽여행 뒤 감염

9일 경기 수원시 권선2동에서 발생한 20대 남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아버지 김모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언론에서는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온 것으로 돼 있는데, 이탈리아는 2월에 있었고 마지막으로 있었던 나라는 프랑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에 따르면 확진자 김씨의 동선은 이탈리아 로마·피렌체·베네치아(2월 16~20일)를 거쳐 체코 프라하(2월 20~24일), 벨기에 브뤼셀(2월 24~27일), 영국 런던(2월 27일~3월 2일), 프랑스 파리(3월 2~5일)에 머물다 6일 오전 11시 40분쯤 한국에 도착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확진자인 김씨가 이탈리아에 머물던 때의 이탈리아 확진자 수는 3명이었다.
김씨는 "아들은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다가 7일에 잠깐 외출한 뒤 돌아와 오후 11시쯤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며 "아내(김씨 어머니)가 혹시나 해서 바로 검사해보라고 해서 8일 수원 권선구의 보건소에서 검사했고, 밤 12시쯤 보건소로부터 확진 판정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통증·증상도 거의 없었다"

[수원시청]

[수원시청]

김씨가 이탈리아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도가 많이 나왔지만 그의 아버지는 "우리 추론으로는 프랑스에서 큰 종교 행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아들이 파리에서 지하철을 탔었다"며 "프랑스에서 그 당시 그곳에서 확진자가 있었다고 하니 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파리에 머물렀던 기간인 3월 2~5일간 프랑스 확진자는 130→212명으로 늘었다. 9일 기준 프랑스의 확진자 수는 1126명(사망 19명)이다.

확진자 김씨의 귀국 뒤 구체적인 동선에 대해 아버지는 "아들은 공항에서 집까지 아내의 차로 이동했고, 7일 오전에 외출해 친구를 만났다가 오후 2시에 집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촉자들 모두 보건소에 신고해서 검체를 확인 중"이라며 "다행히 빨리 조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상에 대해 김씨는 "걸려도 무증상일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젊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겠더라 싶었다"며 "아내가 보건소 가지 말라고 했으면 안 갔을 수 있을 정도로 미열이었고, 기침도 안 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느끼는 고통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9일 오후 4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9일 오후 4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상인들 '한숨' 

김씨가 사는 아파트는 9일 적막감만 맴돌았다. 확진자 본인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잠재울 수는 없었다.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 주민 쉼터를 이용하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독서실·헬스장·경로당 등 실내 편의시설은 오래 전부터 운영이 중단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 김모(57)씨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게 무서워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을 서울로 피신 보냈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근처로 산책을 나온 A씨(78)는 기자에게 "이 동네는 확진자가 없다더니 결국 나온 거냐"며 "안 그래도 며느리가 '(신종코로나 걸리면) 어머님만 아픈 게 아니라 우리 식구 다 아프다'면서 못 나가게 해서 답답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코로나19 대책본부를 방문한 모습.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코로나19 대책본부를 방문한 모습. [AP=연합뉴스]

인근 상인들은 침체된 상권이 더 가라앉을까 우려했다. 단지 안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아직 확진자와 가족의 동선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 모두 초긴장 상태"라며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면 가게를 폐쇄해야 하니, 우리 가게에 방문하지 않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이 근방이 2·20부동산대책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거래가 많이 줄었는데, 요 며칠 동안은 아예 문의 전화가 한통도 오지 않을 정도로 거래가 얼어붙었다"며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집을 내놨던 주민들이 전부 ‘집을 못 보여주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단지 상가에 대해선 임대료 면제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남수현·이후연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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