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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나누며 함께 사는 사회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모든 행동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생각은 행동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는 생각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5일 호텔전문 건설업체인 세일레저관광이 호텔식 콘도회원 1백47명 모집에 분양희망자가 8천여 명이나 몰려와 분양기념공연을 중단하고 아수라장을 이뤘다는 이야기가 그 한 예다.
호화무대를 가설하고 시가 50만원이 넘는 도자기를 준다고 광고하여 생각 없는 사람의 과소비를 부추긴 회사도 문제지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목적의 가수요자들도 문제다. 여기다 소위 정계·재계지도자라는 이들의 축하화환이 1백여 개나 쇄도했다니 정신나간 사람들의 자축행사라도 되는 걸까.
그들은 생각해야 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단돈 몇 푼 때문에 울고있는 사람들을·… 그들이 그렇게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던 날 서울 도화동 재개발지역 철거민 정복진 씨는 무너진 사글세 집에서 두 자녀와 함께 40일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방 한 칸 마련을 위해 눈을 팔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날 상암동 무허가 판자 집에서 날품팔이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오던 20대주부 이은순 씨는 생활고를 비관하여 어린 세 딸과 함께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화환 한 두 개 값만 손에 쥘 수 있어도 힘을 얻어 일어날 사람이 이 땅에는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볼 수 있다고 다 보아서는 안되며 먹을 수 있다고 다 먹어서는 안된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수는 있다. 그러나 다 사지 않는 것이 인격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과연 그런가.
10만 원 짜리 스타킹, 40만 원 짜리 허리 띠, 69만 원 짜리 구두, 2백만 원 짜리 만년필, 5백만 원 짜리 홈세트, 1천만 원 짜리 침대·….
아무리 이런 갖가지 겉치레가 가능한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라 해도, 그리고 가진 이의 자유라 해도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세계성체대회가 기념하고 있는 성 프란체스코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부유층 아들이었으나 그는 자기 권력을 다 쓰지 아니하고 부의 위험을 제거하고 수도생활의 높은 이상을 실현하는데 성공하여 성자의 칭호를 얻게 되었다.
남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의 사회는 비록 부유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무엇을 하든지 함께 사는 이웃의 마음을 읽으며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로 하자. 최세균<목사·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366의197 신대방 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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