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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걷는 근소세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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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매달 봉급에서 떼는 세금, 곧 근로소득세릍 내려야하느냐 마느냐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논쟁의 초점은 근소세를 내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91년부터 내리느냐, 아니면 1년을 앞당겨 내년부터 내리느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내년의 제2차 세제개편을 통해 91년부터 근소세부담을 경감시키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또 노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한결같이 세율인하보다는 세액공제액 인상에 관심이 있는 반면, 야3당이 국회에 낸 세법개정안들은 공화당을 제외하고는 세액공제액 인상에는 관심이 없고 소득세의 최저세율(현행 5%)인하에 관심이 두어져있다.
이에 대해 노총 측조차 『근소세율을 내려봐야 상대적으로 고소득 계층들만 이득을 보지 저소득 계층은 별로 실익이 없게되므로 우리는 처음부터 세액공제액 인상을 주장했다. 노총은 세율인하 보다는 금융실명제 도입에 따른 금융자산 종합과세도입, 불로소득 자들에 대한 엄정과세로 세제의 형평을 기하자는 것을 강조한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소세인하 시비가 광범위하게 일고 있는 것은 곽태원서울시립대 교수의 지적대로 근로소득 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 곧 종합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들에 비해 근로소득은 있는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에누리없이 과세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애초 근소세인하 시비의 발단은 올해 근로소득세외 징수실적이 당초 세입예산을 짰을 때의 예상액보다 훨씬 많이 걷힌다는 데서 비롯됐다.
곧 연초에 정부가 예산을 짤 때는 올해 임금이 11.8%(예상 경상성장률 기준) 오를 것을 전제로 근로소득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는 소득세 원천분이 1조4천9백67억원만큼 걷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가장 최근의 세수전망치에 따르면 이보다 6천4백69억원이 많은 2조1천4백36억원이 걷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올해 임금상승률이 11.8%보다 높았고(정부추계로는 2l%), 또 근로소득자수가 늘어났다는 것이 (제조업 취업자 기준 전년비 6.5% 증가) 주된 원인이지만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만큼은 깎아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들이 자영업자의 탈루소득이 많다는 일반의 인식과 결부되어 광범한 여론의 공감대를 이루어 놓게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어떤 형태로든 근소세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이 근로자 계급이나 야당이 아닌 기업 측에서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금초과징수분이 많으니 이를 돌려주자는 의견을 처음 제시한 것은 사용자 측의 이익을 대표하는 경영자총협회였고 노총이 공제액 인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나, 야당이 최저 세율인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그 뒤의 일 이였다.
여기에다 무협 등 다른 경제단체들이 가세하고 나섬으로써 근소세인하 논쟁은 더욱 가열되었는데, 각계가 주장하는 내용을 비교해보면 같은 근소세부담 경감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의 입장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드러나 보이는 차이점이 바로 노총이 세율인하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고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세율만 내려가면 모든 근로자들이 이익을 본다는 일반의 잘못된 인식과는 달리 세율을 내리고 누진단계를 완화하면 고소득 자들이 더 이득을 보지 저소득 자들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다는 점을 노총 측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데 평민당과 민주당이 최저세율 인하에 중점읕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또 경총이나 무협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동기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세금경감을 임금인상 압박의 해소로 연결 지으려는 사용자 측의 계산이 작용한 탓이라는 일부의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자영업 군들에 비해 근로소득 자들이 훨씬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또 저소득 계층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길은 앞서얘기한대로 세율인하나 누진단계 완화보다는 세액공제 인상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의 근소세부담경감 시비가 사실은 시행시기를 1년 앞당기느냐 마느냐는 단순한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지만 정작 지금부터라도 서로가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같은 세액공제와 세율구조 조정의 적정선 문제다.
정부의 방침대로 내년에 제2차 세제개편 작업을 한다 하더라도 근소세인하 시비의 발단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세액공제문제에 더 중점을 두어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현재도 전체 근로자의 35% 정도만이 세금을 내고있으며, 또 근로자 입장에서도 각자 세금을 몇 푼씩 깎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런 세금들을 다모아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기능을 늘리는 것이 옳은지는 누구 나가 다함께 생각해보며 선택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우리 근로소득 자들은 외국의 근로소득 자들과 비교하면 과연 어느 정도 무거운 세금을 내고 있을까.
우선 각국의 근로소득세 최저세율을 보면 우리가 5%인데 일본 10%,미국 15%, 영국 27%,대만 6%, 말레이시아 30%로 우리가 낮다.
총 국세중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6.7%, 일본20%, 이스라엘 15.8%, 영국 29.2%, 서독 35.1%로 우리가 낮은 편.
이같은 통계만을 놓고 보면 우리의 근로소득세 부담은 선진국수준에 비해 낮은 것 같지만,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한 것이 우리와 달리 그네들 선진국에서는 비근로소득자들의 탈루소득, 곧 과세의 형평성 문제가 거의 없고,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며 그같은 사실이 크게 강조되어 세제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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