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확진자 동선에 대형어학원 들어갔다가 빠진 사연…동선 공개지침은?

중앙일보

입력

부산시가 공개 중인 확진자의 이동경로 홈페이지.

부산시가 공개 중인 확진자의 이동경로 홈페이지.

부산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면서 대형 어학원을 동선에 넣었다가 다시 삭제해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른 삭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부산시, 확진자 들른 어학원 동선 삭제해 논란 #市 “역학조사관이 종합해 공개여부 결정”설명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36번 환자(28세 여성,동래구)의 동선 가운데 같은 달 21일 동래구 한 대형어학원을 오후 4시부터 15분가량 방문한 사실을 같은 달 25일 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다음 날인 26일 삭제했다. 이 확진자는 상담실이 있는 어학원 2층 복도에서 채용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36번 환자는 지난달 23일 오후 동래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8시 45분 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 접촉자인 어학원 면접관 1명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면접이 진행될 당시 강사와 어린이들이 상담실과 복도를 오가는 모습이 학원 폐쇄회로TV(CCTV)에 찍혀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동선에서 삭제한 어학원과 달리 상당수 확진자가 잠시 들른 주유소와 ‘드라이브스루’ 맥도날드, 마트 등은 공개 동선에 여전히 포함돼 있다. 36번 환자가 방문한 대형 어학원을 동선에서 뺀 걸 두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또 부산시가 공개하는 확진자 동선에는 증상이 나온 날짜와 구체적인 증상이 표기되거나 안 되기도 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6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부산의료원. 송봉근 기자

46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부산의료원. 송봉근 기자

부산시는 “36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거친 뒤 역학조사관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동선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 동선에 넣었다가 어학원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36번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을 하지 않으며, 다른 학생들이 스쳐 지나가고 방문한 곳이 밀폐 공간이 아니어서 동선에서 뺐다는 것이다.

감염자의 동선공개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동선공개원칙)에 따라 마스크 착용 여부, 밀폐공간 여부, 기침했을 때 앞쪽에 있었는지 여부(뒤쪽인 경우 노출로 잡지 않음), 마스크 미착용 시 2m 이내 접촉으로 판단, 접촉자 수와 접촉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돼 있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 지역사회의 과도한 불안조성, 사회경제적 손실방지를 위한 타인 전염위험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동선 비공개가 원칙이다. 어학원의 경우 36번 환자가 다른 학생과 스쳐 지나가고 기침을 하지 않으면서도 마스크 등을 착용해 접촉자 수가 소수이고 전염위험이 현저히 낮은 경우로 보고 공개대상에서 뺐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동선 공개 시점도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공개한다는 질병관리본부 코로나 19 대응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부산시는 덧붙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부분 확진자의 진술로 동선을 공개하는데 본인이 가게 상호를 모른다든지, 버스 번호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고령이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역학조사를 거쳐 동선에 잘못이 있으면 수정하고 지침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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