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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서 '민변 전성시대'라는데…차기회장 지원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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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성향의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해 후보자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모집 일정을 연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변 회장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데다 지원자가 나오지 않은 전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회장 지원자 없어 9일까지 모집 시기 연장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은 최근 ‘제14대 회장 및 감사 후보 모집공고’를 내고 지난달 24일 자정까지 회원들을 상대로 입후보 등록을 받았다. 그러나 회장 후보에 나선 사람이 없었다. 이에 민변은 후보자 모집 시기를 오는 9일까지 연장한다고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이에 대해 민변 관계자는 “재공고 기간 내에는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 후보는 윤복남 변호사와 오현희 변호사가 지원해 등록을 마감했다.

법조계에서는 지원자 부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소속 변호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재정적으로 챙길 것도 많고 본인의 변호사 업무와 함께해야 하므로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래도 지원자가 전무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정부 들어 민변 회장이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보다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지원자가 없다니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통상 민변 회장은 경쟁 후보 없이 단수 후보가 나와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임명됐다. 12대 회장을 지낸 정연순 변호사만 유일하게 경선으로 당선됐다. 현 회장인 김호철 회장 역시 단독 출마했었다. 민변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이번 정부 들어 민변 전성시대…요직 휩쓸어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민변 인사들이 내부에 머물기보다 외부 요직으로 진출하려는 의욕이 더 큰 탓 아니겠냐는 말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정부 들어 민변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 헌법재판소, 국회 등의 요직으로 가고 있는데 민변 회장 자리가 성에 차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변 출신들은 행정·입법·사법부 요직을 차지하며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변 출신이다.

현재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이광철 민정비서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도 민변 출신이며 이들은 검찰 인사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행정부에는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영선 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등이 있다. 사법부 진출도 활발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민변 회장을 지난 김선수·이석태 변호사가 각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국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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