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 질본부장 "추미애 신천지 수사지시, 교인들 도망가게 한다"

중앙일보

입력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모습. 변선구 기자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모습. 변선구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제4대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60) 차의과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강제수사 지시를 비판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8일 수사 의뢰가 없더라도 (신천지의) 보건 관련 불법행위 발견시 "압수수색을 비롯해 즉각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검찰에 내린바 있다.

전병율 전 본부장 "신천지 교인들 도망갈까 걱정"

"秋장관 지시, 방역 더 어렵게 만들어" 

전 전 본부장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강제수사는 방역에 협조하던 신천지 교인들도 도망치게 할 것"이라며 "추 장관이 도움을 주진 못할 망정 코로나19 방역 현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전 본부장은 "현재 방역을 위해선 신천지 교인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수사로 겁을 준다고 이들이 협조할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핍박을 받는다고 생각해 감염병 전파 등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의 강제수사 지시에 대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수사에 착수하라는 뜻"이라며 "방역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라는 지시를 이미 내린바 있다"고 해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수사론 바이러스 잡을 수 없어" 

전 전 본부장은 박원순(64) 서울시장이 이만희(89)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 수사론 바이러스를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전 본부장은 "이런 긴급 상황에선 방역이란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라며 "신천지 수사보다 마스크 매점매석 수사가 훨씬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85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뒤 특채로 보건복지부에 입부한 전 전 본부장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질본 감염병대응센터장을, 2011~2013년엔 제4대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국내 대표적인 감염병 전문가로 불리는 전 전 본부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질본이 대비를 못하고 있다가 기습을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미숙한 대처를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 인터뷰 일문일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신천지 강제수사 지시를 어떻게 보나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시라 생각한다. 신천지 교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협조하던 교인들도 도망을 갈 것이다. 핍박을 받았다고 생각해 감염병 전파 등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 현장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더욱 현장을 어렵게 만드는 지시라 생각한다.
신천지에 대한 수사가 적절치 않다는 뜻인가
수사를 해야한다면 조금 기다려달라는 뜻이다. 지금 현장은 비유를 하자면 전염병이란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불길을 끄려고 방역 당국이 신천지 교인 등 감염자들을 파악하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는 이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일 수도 있다.
마스크 매점매석 수사는 어떻게 보나
이 부분은 경찰과 검찰이 철저히 수사를 해야한다. 수사로 바이러스는 잡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 물량이 부족한 마스크와 관련해선 철저한 수사가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큰절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큰절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천지 관계자들을 살인죄로 고발했다
상당히 정치적인 제스처라 본다. 추 장관의 지시도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모두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를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이 환자가 보건당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현장의 의사가 31번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설득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는 훨씬 더 확산됐을 것이다. 현재로선 신천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수사를 하면 신천지가 더 협조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들에게 수사로 겁을 준다면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편견, 시선 등과 연관된 감염병 환자들은 압박하면 더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는 일반 사건과 같이 경찰과 검찰이 뛰어다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철저히 방역당국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의심) 확진자들의 협조 없이는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없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