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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 깎아 이스타 품는 제주항공 …위기돌파 신호탄인가, 독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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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제주항공은 2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주항공은 2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주항공,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인수 

 “공급과잉이란 구조적 문제를 공급 재편으로 풀 것이다.”
제주항공 이석주 대표이사는 2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사내 메일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임직원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이스타항공 인수 결정이 미지의 길이지만 당면한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을 위해 우리는 도전을 선택했다”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라고도 했다.

[뉴스분석]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는다. 지난해 12월 인수가 결정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제주항공은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인수 주식 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 1000주로 지분 비율은 51.17%다. 지난해 12월 18일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이미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430억원은 지분 취득예정 일자인 오는 4월 29일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

당초 양해각서를 맺을 당시 공시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지만 최근 코로나 19 영향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양측 합의에 따라 인수 금액을 150억원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양 항공사는 최근 항공 시장의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항공산업 위기 극복 및 공동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임을 공감해 최종 인수액 및 방식 절차 등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 사진 제주항공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 사진 제주항공

업계 최초 동종사업자 간 결합 

이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항공업계에서 진행된 최초의 동종사업자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항공업계 재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두 회사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 확보와 같은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해 양사는 물론 이용객에게도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편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미 양사가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다만 인수 계약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감안해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을 줄어든 545억원에 성사됐다.  사진은 이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이스타항공 카운터. 연합뉴스

제주항공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다만 인수 계약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감안해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을 줄어든 545억원에 성사됐다. 사진은 이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이스타항공 카운터. 연합뉴스

업계 "제주항공 재무 구조 약화" 우려도 

하지만 이번 인수에 대한 항공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은 코로나 19사태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임금 30% 이상 반납과 같은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한 제주항공의 실탄 부족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알 수 없다. 단거리 노선 공급 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LCC 업계 전체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해 실적이 좋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물론 제주항공 내부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고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던 만큼 향후 유동성 위기 극복이 선결 과제로 남았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HDC현산, 아시아나인수 본격 착수  

한편 향후 항공업계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빅3 자리를 굳힌 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본격 준비에 들어가면서다. 한때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한다는 소문까지 나왔지만, 계획대로 인수자금 조달 절차를 진행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오는 5~6일 이틀간 주주를 상대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HDC 측은 이번 유상증자와 4월 회사채 발행을 포함한 1조 1000억원 규모의 금융권 차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 예정일은 다음 달 30일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내 실적 둔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수하는 기업의 재무구조까지 약화할 수 있다”며 “급격히 위축된 항공 수요를 고려하면 인수하는 항공사와 인수되는 항공사간 시너지를 내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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