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이든 연대든 다 꼼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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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창당으로 직면할 비판은 피하되 미래통합당에 맞서는 실효를 거두기 위해 고심 중인 카드가 외곽 세력과의 연대다. 시민사회단체와 각계 원로인사들이 모인 정치개혁연합(가칭)은 지난달 28일 민주당에 공문 형태로 비례대표 정당 연대를 제안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치개혁연합의 제안을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리며 고심을 이어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전형적인 ‘꼼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동안 민주당 인사들이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대해 뭐라 했던가. “그게 무슨 위성정당인가. 위장정당이다”(이해찬 대표), “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의 극우 정당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이인영 원내대표)고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 외 비난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래 놓고 이제 와 선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비례대표 정당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연대 찬성 의원들은 “창당이 아닌 진보 세력 연합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당과 연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볼 땐 무슨 큰 차이가 있겠나. 꼼수는 그냥 꼼수일 뿐이다.

오히려 비례 연합 정당이 몇 석을 얻으려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지역구에서 더 손해를 볼 각오도 해야 할 것이다. 당장 민주당과 함께 ‘4+1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어저께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민주당이든, 연합 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라며 “촛불 개혁을 자임해 온 진보개혁 세력들은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막을 책임은 있으나 꼼수로 민주주의를 훼손할 자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선거법 야합에 앞장선 이들끼리 의석 앞에서 갈라서는 모습은 씁쓸할 따름이다.

앞서 이인영·윤호중·홍영표·전해철·김종민 등 민주당 실세 5인이 모여 비례대표 정당 창당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됐다. 누군가가 “애초 선거법 자체를 이렇게 했으면 안 됐다”고 하자 “그때는 공수처가 걸려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으로선 ‘선거 개혁’은 허울 뿐이고 오직 공수처 신설을 위해 정의당 등과 손잡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참담한 일이다. 또 “심상정은 안 된다.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란 말이 흘러나왔는가 하면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비례 정당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도 담겨 있었다. 가감 없이 드러난 여권 핵심부의 대화는 낯 뜨겁고 볼썽사나웠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