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선행 칭찬' 방송 김용만, 자신도 선행의 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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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겨울철 크리스마스, 여름철 장마 때면 어김없이 우리의 어려운 이웃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별러도 '착한 일' 한번 하기가 왜 그리도 맘처럼 쉽지 않은지. 얼마 전 선행으로 서울시장 표창을 받은 개그맨 김용만에게 착한 일, 그 시작을 물었다.

"처음 결심한 것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어요. 1999년 MBC에서 '칭찬합시다'를 진행하면서 200여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금전적 여유와 능력이 있지 않아도 주위에 힘든 이웃을 도우며 사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해 겨울. 40대 초반의 한 여성이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칭찬에 나선 용만은 데뷔 10여 년 만에 방송 중 처음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사연인 즉, 버려진 땅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찬 이슬만 피해 겨우겨우 살아가던 그곳에 예기치 않은 폭설로 인해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던 것.

"그때 주무시던 할아버지.할머니가 많이 다치셔서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그래서 황급히 응급실로 찾아갔죠. 당시 방송을 통해 모금한 1000만원을 전해 드렸더니 칭찬 주인공 김은숙씨가 엉엉 우시더라고요. 겨울에 땔감도 하나 없어서 살아갈 길이 막막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줘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그들의 어려운 상황이 힘겨워서인지, 그동안 세상에 무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서인지 그 순간 김용만도 따라서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라는 것을.

"그런데 정말 시작이 쉽지 않더라고요. 날마다 해야지 하면서도 저도 그런 마음 들고 4~5년 지나서야 시작하게 되었죠."

2004년 9월. 일단, 동네 동사무소에 찾아갔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의하고,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한두 번 반짝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공과금보다 먼저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꺼려져 아내 이름으로 하려고 했는데, 동사무소 직원의 권유로 본의 아니게 제 이름으로 입금이 되었나 봐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있던 후배가 그 사실을 알고 홍보대사를 부탁하더라고요."

김용만은 2년 동안 고민한 끝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에 알리기로 했다. 백지장을 맞들어도 한 손보다 두 손이 더 낫다는 그의 양손이론 덕분에 나의 소박한 선행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왼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수재민을 위한 사랑의 전화 걸기부터.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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