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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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 몇 권 읽은 독자라면 ‘이주헌’이라는 이름 석 자 모를 리 없다. 벌써 여러 권의 미술관련 책을 냈음에도 여전히 그는 평보다는 감상에 집중하고, 그림을 보는 열정을 가진 ‘겸손한’ 저술가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말한 것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맞다. 하지만 미술에 대해 얼마만큼, 또 어떻게 알아야 좋을지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더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초판 서문에 나와 있는 공쿠르 형제의 말처럼 ‘즐길’ 줄 아는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제목이 ‘미술관 순례’여서 견고한 건물 속에 갇힌 미술 감상이라고 생각지 말기를. 이 책은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면서 저자의 감상을 적은 것이 아니라, 미술관들과 미술가들의 아틀리에, 고향, 그리고 그들의 활동 무대를 순례하면서 그들의 작품과 삶을 느끼고 나서 적은 미술 감상기이다. 그만큼 저자의 작품 감상은 더욱 깊이가 느껴진다. 저자가 들려주는 작품과 얽힌 그 도시들의 과거 역사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또 미술가들의 혼이 살아 있는 장소에서 얘기해주는 그들의 삶은 마치 현재 그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 마냥 생동감이 돈다.

예술을 단순히 수단이나 장식이 아니라, 목적, 혹은 인생 그 자체로 보고, 찰나와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 안에서 부단히 조탁하는 것을 유달리 의식하며 사는 대표적인 민족이 바로 프랑스인이라고 한다. 저자는 남들보다 미술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기 위해서라기보다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과 다른 나라의 문화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즐기게 되는 데 이 책이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에게 프랑스의 미술관들과 미술가들의 아틀리에, 그들의 활동무대 들이 말을 걸어왔듯이, 이 책 또한 독자들에게 같이 즐기지 않겠냐는 말을 걸어오길 기대해본다.

■ 지은이 : 이주헌
홍익대학교 미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한겨레신문>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학고재? 아트스페이스 서울 관장을 지냈다. 미술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미술을 통해 문명과 삶을 보고, 사람들이 그 과정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1, 2" "내 마음속의 그림" "미술로 보는 20세기" "20세기 한국의 인물화" "클림트" "신화, 그림으로 읽기"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 "화가와 모델"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 읽기" 등의 책을 펴냈고, "엄마와 함께 보는 세계의 미술"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정가 : 18,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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