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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ㆍ미 차트 석권한 BTS…다시 시작된 신기록 행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뉴욕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뉴욕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방탄소년단(BTS)이 신기록 행진을 시작했다. 21일 발매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MAP OF THE SOUL: 7)’로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나란히 1위를 예약한 것. 지난해 4월 발매한 미니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PERSONA)’로 팝의 본고장인 두 나라에서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또다시 자체 기록 경신에 나선 셈이다. 특히 빌보드에서 2년 안에 4연속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것은 한국ㆍ아시아ㆍ비영어권 가수 최초는 물론 비틀스 이후 처음이다.

‘맵 오브 더 솔: 7’ 빌보드 4연속 1위 #비영어권 최초, 비틀스 잇는 대기록 #영국 오피셜 차트도 2연속 정상 예고

빌보드는 24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앨범판매지수 30만점가량을 기록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가파른 상승세도 눈에 띈다. 지난 2018년 5월 발표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13만 5000점으로 첫 1위를 차지한 이후 9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는 18만 5000점,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는 23만점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음반 판매량과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횟수를 합산한 점수로, 음원 10곡을 다운받거나 1500회 스트리밍하면 실물 음반 1장을 산 것으로 간주한다.

방탄소년단이 ‘맵 오브 더 솔 : 7’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4연속 1위에 오를 예정이다. [사진 빌보드]

방탄소년단이 ‘맵 오브 더 솔 : 7’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4연속 1위에 오를 예정이다. [사진 빌보드]

오피셜 차트도 이날 “방탄소년단이 두 번째 영국 오피셜 차트 넘버원을 차지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주 발매된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자 “경쟁 주자에 해당하는 영국 록가수 오지 오스본과 래퍼 스톰지, 덴마크 싱어송라이터 아그네스 오벨 등 3팀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오피셜과 빌보드 차트는 각각 28일과 다음 달 1일 발표된다.

방탄소년단 미국 빌보드 및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방탄소년단 미국 빌보드 및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방탄소년단 빌보드 정복기

타이틀곡 ‘온’ 싱글 차트도 새 기록 쓸까 

선주문량 410만장 중 4일 만에 300만장이 판매된 이번 앨범은 국내외 모든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온차트에 따르면 ‘맵 오브 더 페르소나’와 게임 ‘BTS 월드’ OST로 각각 371만장, 55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은 국내 전체 앨범 판매량의 24.8%를 차지했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연간 판매량 역시 전년(2282만장) 대비 10% 상승한 2509만장을 기록했다. 미국 연간 앨범 차트에서도 6위(45만장)에 오르는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 음악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2연속 1위를 예고했다. [사진 오피셜]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2연속 1위를 예고했다. [사진 오피셜]

팬덤을 보여주는 앨범 차트뿐만 아니라 대중성의 바로미터인 싱글 차트에서도 신기록이 예상된다. 지난 앨범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빌보드에서 8위, 오피셜에서는 13위를 기록했다. 2012년 ‘핫 100’ 2위에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누구나 아는 히트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목표보다는 목적, 성과보다는 성취가 중요하다”는 슈가의 말처럼 이들은 지금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미니 1집 타이틀곡 ‘N.O’의 제목을 뒤집어서 붙인 이번 타이틀곡 ‘온’은 이들의 지난 7년이 집대성된 곡이다. “Bring the pain / 모두 내 피와 살이 되겠지” “그건 어둠 속 내 산소와 빛/ 내가 나이게 하는 것들의 힘”이라는 가사처럼 그간 팀으로서 쌓아온 정체성을 적극 활용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가 피처링에 참여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지금 유행하는 팝 트렌드에 가까운 곡이라면, ‘온’은 ‘불타오르네’(2016)나 ‘낫 투데이’(2017)처럼 방탄소년단이 색깔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팝 시장 겨냥 아닌 BTS 색깔 돋보여”

타이틀곡 ‘온’의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 다국적 댄서와 협업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온’의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 다국적 댄서와 협업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불타오르네’는 방시혁 프로듀서가 해외 팬덤이 급증한 변곡점으로 꼽은 곡이다. 전작을 차용 및 재해석하는 ‘리부트(Reboot)’ 콘셉트와도 맞아 떨어진다. 다국적 댄서 30여명과 UCLA 마칭밴드 12명이 어우러진 부분도 인상적이다. 리코딩 엔지니어 에릭 레이처스는 ‘온 코멘터리 필름’에서 “BTS 음악은 문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마칭밴드라는 미국적 요소를 K팝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행진할 때나 스포츠 경기에서 주로 등장하는 마칭밴드는 화합을 상징한다”며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이라는 명칭은 다소 낯설지만 영상을 보는 순간 이들이 동적인 선언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8일 국내 공개 예정인 ‘온’ 리믹스 버전에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아가 피처링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남자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고 찾아온 우울증 때문에 약물중독을 겪은 시아는 공황장애 때문에 앞머리 가발로 눈을 가리고 무대에 서는 개성파 뮤지션이다. 수록곡 ‘라우더 댄 밤(Louder than bombs)’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트로이 시반이 작사ㆍ작곡에 참여했다. 한국어 음악으로 언어ㆍ국적ㆍ인종의 장벽을 초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 주체가 되어 초국적 음악을 빚고 있는 셈이다.

“언어·인종·국가 넘어선 초국적 행보 눈길”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의 인기 코너인 카풀 가라오케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유튜브 캡처]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의 인기 코너인 카풀 가라오케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유튜브 캡처]

지난달 선공개곡 ‘블랙 스완(Black Swan)’의 첫 무대를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서 공개한 데 이어 ‘온’의 첫 무대로는 24일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을 택했다. 뉴욕 기차역인 그랜드 센트럴에서 대규모 퍼포먼스를 펼쳐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1일 NBC ‘투데이 쇼’는 록펠러 플라자, MTV ‘프레시 아웃’은 타임스스퀘어에서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팬이 아닌 대중과 접점을 꾸준히 넓혀나가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블랙핑크ㆍ몬스타엑스ㆍNCT 등 K팝 스타들의 미국 토크쇼 출연이 잦아지면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현대미술 애호가인 RM과 현대무용을 전공한 지민 등 멤버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시도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앨범 발매 시기에 맞춰 5개국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커넥트, BTS’를 진행하는 한편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인 엠엔 댄스 컴퍼니와 협업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BTS 예술혁명』을 쓴 세종대 이지영 초빙교수는 “잇단 협업으로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며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각 예술 장르에 더 많은 사람을 유입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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