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태후 계속 불편한 관계|홍콩문제 싸고 중·영 또 마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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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4천안문사태 이후 홍콩을 둘러싸고 중국과 영국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있는 가운데 최근 잇따라 갈등의 소리를 내고있다.
홍콩반환에 관한 중-영 공동성명이 체결된 84년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중-영 관계는 천안문 유혈진압으로 다시 마찰음을 내게 됐으며 중국에의 반환시한 8년을 남긴 시점에서 홍콩주민들의 불안도 덩달아 고개를 들고있다.
6·4이후 불편했던 중·영 관계에 불씨를 던진 것은 중국수영선수 양양의 망명 문제. 중국의 강력한 송환요청에도 불구하고 홍콩정청이 체류허가 기간을 넘기면서 홍콩에 체류하며 제3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하던 양양을 지난 3일 전격적으로 미국으로 보내면서부터 악화됐다.
중국당국은 신화사 홍콩분사를 통해 즉각 유감의 성명을 발표하고『이후의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홍콩당국에 있다』고 경고함으로써「면자」(체면)가 깎인 데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은 닷새 후인 8일 홍콩정청이 홍콩 내 중국인 불법체류 자 71명의 송환을 받아줄 것을 중국 측에 요구했으나 중국이 전례 없이 거절함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80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중국은 올 들어 만도 홍콩 내 중국인 불법입국·체류자 1만1천여 명의 송환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 왔다.
그후 중국은 현재까지 1천여 명으로 늘어난 중국인 불법입국·체류자의 송환접수를 계속 거부함으로써 인구 5백50만 명의 홍콩은 이들의 수용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있다.
게다가 명보는 13일 중국이 홍콩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중국에서 홍콩에 공급중인 식수와 채소 등 부식 품의 물량을 제한하려 했으나 외화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광동성당국의 반대에 부딪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보도함으로써 홍콩주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현재 홍콩에서 사용되는 수돗물 중 70%가 중국에서 공급되며 야채 등 부식 품 역시 절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홍콩으로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중국외교부는 정례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부인했으나 식수와 채소공급제한 보도는 중국이 홍콩의 목을 쥐고 있음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는 11일 홍콩총독이 발표한 총 규모 1백60억 달러 규모의 향후 10년간 홍콩개발 청사진을 담은 시정보고에서 더욱 악화됐다.
총독은 현재 홍콩시내 중심부인 금종에 주둔하고있는 영국 해군총사령부를 앙선주라는 섬으로 이동시키겠다고 공표 했다.
이에 대해 신화사 홍콩분사장 허가둔은 아직 협상중인 문제를 영국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한 것은 중-영 협정위반이며 중국은 앞으로 현재의 영국해군기지를 중국인민해방군기지로 계속 사용하겠다고 반박했다.
영국은 현 시내 중심부인 금종해군기지를 매립해야 전체 홍콩발전에 유리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중국은 홍콩이 반환되는 97년 이후 중국군의 홍콩 주둔은 주권의 상징인 만큼 영국 측이 해군기지를 변경하는 의도에 의심을 품고있다.
중국이 이처럼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홍콩을 둘러싼 영국과의 대립을 단순히 홍콩문제에 결부시키지 않고 천안문사태 이후 대 서방세계와의 관련된 정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홍콩인들이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급진적 민주개혁을 요구하는데도 쐐기를 박자는 것이다.
중국은 그만큼 영국이 개년 철수를 앞두고 자신들의 기존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철수이후에도 거점확대를 기하려는 전형적인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제2비행장 건설과 해안매립등 대대적 공사를 계획하는 한편 민주화를 내세워 홍콩인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중-영 양국 모두「황금 알을 낳는 홍콩」이라는 거위 자체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는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문제는 오늘의 북경은 내일의 홍콩』이라고 믿는 홍콩주민들의 불안이다. 최근 중국의 강경한 입장은 이국2체제」에 대한 홍콩인들의 믿음을 흔들고 있으나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어 계속 동요를 면치 못할 것이다.【홍콩=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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