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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완판’ 충전기 기업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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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마존에서 완판된 에너캠프 배터리 충전기.

아마존에서 완판된 에너캠프 배터리 충전기.

2018년 7월21일 세계 최대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에서 ‘점프&고’라는 이름의 한국산 스마트 배터리 충전기가 ‘대박’을 터뜨렸다. ‘오늘의 상품’(deal of the day)에 선정되면서 순식간에 2000개가 완판된 것. 개당 최대 260달러(약 31만7000원)인 이 제품은 휴대용 차량 배터리 충전기가 주기능이지만, 노트북 충전과 캠핑용 전원, 에어펌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산 제품의 견제를 받아 매출이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새로운 기능을 보태자 하루 평균 50개가량 팔리면서 매출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구소기업 에너캠프서 제작 #대학 등서 개발한 기술 상용화

점프&고는 2017년 1월 창업한 연구소기업 에너캠프의 제품이다. 창업 첫해 1억17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33억원까지 성장했다. 규모는 적지만 수치상으론 2800%의 급성장이다. 연구소기업이란 대학·정부출연연구소 등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된 기업이다. 연구개발(R&D) 자금이 투입됐으나, 개발 이후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기술들을 산업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에너캠프는 대구 계명대 전자공학과 채용웅 교수의 배터리 충전 및 제어 등의 기술을 이전받았다.

연구소기업들의 성장이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혁신기업 모델인 연구소기업의 설립수가 900호를 돌파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소기업은 2006년 원자력연구원에서 출발한 콜마BNH가 첫 번째다. 이후 초기에 설립이 저조했지만, 2016년 339개에서 지난해는 891개까지 증가했다. 최근 3년간 552개가 늘어났다. 연구소기업들의 총 매출도 2018년 말 기준 약 5507억원에 달하고, 최근 3년간(2016~2018) 매출 평균 증가율은 20%다. 일반 기업에 비해 창업 5년 후 생존율도 66.7%로 높다. 일반 영리기업과 제조기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각각 28.5%, 39.3% 수준이다.

상장기업도 이어지고 있다. 제1호 연구소기업 콜마BNH가 2014년 코스닥에 첫 상장됐다. 이어 지난해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개발 기업인 수젠텍과 유전체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인 신테카바이오가 코스닥에 올랐다. 두 기업 모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기술출자한 연구소기업이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1, 2위를 경쟁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출발한 기술이 국가의 혁신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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