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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너무 성급하다|예보통합 앞서 조정할 일 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지역 의료보험조합 노조가 23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 지역의보 노조 전국협의회가 전국 14개 시· 도지역노조의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지역의보 노조파업의 전국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지역의보노조의 파업으로 당장 보험진료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아니나 진료확인증 발급과 의보료 고지서 발급, 자격관리, 피보험자 전· 출입확인서 발급 등 조합업무가 대부분 마비돼 우선 서울시에 4백60여만 명의 도시 의보 피보험자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서울지역 의보조합 노조의 요구사항은 현행 급료수준을 직장의보조합이나 의료보험연합회 수준으로 인상할 것과 직장의보조합과의 통합으로 지역·직장의보를 단일 체제로 해 달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원칙적으로는 타당하고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인 면에서 시기적으로 문제점이 있음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먼저 통합주장은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봉급생활자의 보험료가 소득이 낮은 도시영세민이나 농어민계층에까지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옳은 이론이다. 그러나 지역의보 해당자들의 소득이 정확히 포착되지 않아 보험료 부담의 형평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저소득 생산직 근로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켜 은폐된 고소득 자들을 지원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이 1백% 파악되는 반면 농어촌 주민은
60%, 도시 자영군의 소득파악은 10%미만에 그치는 현실에서의 의보통합은 임금근로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 의료시설과 장비가 도시에 비해 현저히 열악한 농어촌 주민이 상대적으로 고급 의료혜택을 받는 도시민의 의료비까지 부담하는 역진현상도 감수해야 하는 불리가 따른다.
따라서 의료보험은 장기적으로는 통합주의를 지향하되 우선은 이제 겨우 출발단계에 들어선 지역의보의 운영기반을 다지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가입자의 정확한 소득과 재산의 파악, 이에 근거한 보험재정의 안정확보가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국가의 의료보험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는 국민의 전체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지 일부 의보노조의 요구에 의해 좌지우지될 사안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의보재정을 운영하는 나라 이외에는 통합주의를 택하는 나라는 전무하다는 사실에도 유의하길 바란다.
서울지역 의보노조의 봉급인상 요구에도 일 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의료보험 관리기구로서 직장의보 조합에 비해 급여수준에 격차가 있다는 것은 일단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발족된 지 겨우 4개월 여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보험재정이 아직은 부실한 조합현실에서 10여년동안 기반을 다진 단체와 같은 처우를 하는데도 어려움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정부가 보험재정 절반을 부담하고있는 지역의보에 있어서는 봉급을 포함한 관리· 운영재원이 국가예산과 직결돼 있으므로 종사원의 급여는 국가공무원 수준과의 균형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요소일 것이다.
지역의보의 파업은 국민건강을 담보로한 투쟁이란 점에서 일선 의료종사자들의 파업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업무를 정상화할 것과 정부와의 정상적인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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