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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이곳은 서초동인가 여의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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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가영
이가영 기자 중앙일보
이가영 사회1팀 기자

이가영 사회1팀 기자

장면 하나. “조국 구속. 문재인 방 빼.”   서초동에선 점심시간이면 보수단체가 만든 ‘M(문재인) 바이러스’라는 노래가 흘러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잘한다”고 박수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는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로 요즘 서초동은 조용할 날이 없다. 그중 유독 매일 찾아와 방송하는 유튜버 김상진씨는 지난해 윤 총장 집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구속까지 됐던 인물이다. 일 년 만에 그가 윤 총장 지지자로 변신할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장면 둘.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총장이 20일 방문한 광주고검·지검은 들썩였다.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반으로 나뉘어 도로를 메웠다. 5·18 유가족 모임인 ‘오월어머니들’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검찰총장이 못 하면 누가 하겠냐”며 “전두환을 처벌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심지어 "윤 총장 한 마디면 한이 풀릴 것 같다”던 이도 있었다. 윤 총장의 방문은 사실 특별한 건 아니었다. 검찰총장은 관례에 따라 지방 고검을 돌며 지도 방문을 해왔다. 통상적인 행보에 이렇게나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인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분명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이다. 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은 취임 이후 ‘인사 대학살’과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등으로 연일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윤 총장의 측근은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지만 대중은 이미 그를 차기 대선 주자로 바라보는 듯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윤 총장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언론은 이들의 입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 됐다. 윤 총장이 비공개로 검사들에게 한 말도 기삿거리고, 추 장관이 소년원을 찾아 세뱃돈을 준 것도 기사화된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인들 입만 바라보는 여의도와 무엇이 다르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검찰 개혁을 두고 양측이 힘겨루기하는 사이 시민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수사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헷갈리게 하는 왕갈비통닭을 먹으며 소비자는 갈비와 치킨을 동시에 먹는 듯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의도인가 서초동인가 헷갈리는 사이 피해자들이 얻는 건 딱히 없을 듯하다. 부디 정치는 여의도에서, 서초동은 서초동답게.

이가영 사회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