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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황 속 골프장은 오히려 호황 "지방도 예약 다 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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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골프장. [중앙포토}

국내의 한 골프장. [중앙포토}

지난 22일 경기 곤지암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은 최모(51·회사원)씨는 “친구들과 말레이시아 골프여행을 예약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취소하고 대신 국내 골프장에 오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전염병이 많이 퍼진 지역이 아닌지만, 공항에 가는 것 자체가 싫다는 동반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해외 못나가 국내 골프장 찾아 #야외활동 감염위험 적다 느껴 #목욕 자제 등 이용 패턴은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공포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지만, 골프장은 무풍지대다. 오히려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50% 정도 늘었다는 것이 골프장 업계의 추산이다.

겨울이면 한국 골퍼들은 따뜻한 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골프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올해는 바이러스 영향으로 해외 골프여행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골프 여행사 J홀리데이 이창석 대표는 “십여 년 여행업 중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해외여행을 안 간 골퍼들은 국내 골프장을 찾고 있다. 날씨도 평소보다 따뜻했다. 전남 사우스링스 영암 골프장의 정영각 지배인은 “올해 날씨 때문에 영업하지 못한 날이 하루뿐이었다”고 했다. 강원도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기온이 높아 평소보다 2주 먼저 골프장을 열었는데 이후 가동률 100%”라고 했다.

국내 골프장은 비수기인 겨울 그린피를 확 내렸는데 올해는 슬금슬금 다시 올렸다. 부킹사이트에 나온 티타임 숫자도 줄었다. 팔리지 않아 싸게 넘기는 티타임이 별로 없어서다.

손님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골프장은 안전하다는 인식이다. 주말 골퍼 김모(48) 씨는 “야외인 데다 아는 사람 3명하고만 함께 있으니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 등장 이후 골프장에서도 행동 패턴의 차이는 보인다. 한 골프장 매니저는 “골프장에서 식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고 목욕을 하지 않고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과거 캐디가 마스크를 쓰면 서비스 정신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반대다.

한국의 골프장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스크린 골프 등으로 인해 골퍼가 증가했고, 날씨가 좋았으며, 반일 정서로 인해 일본 골프장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국내 골프장에 몰렸다. 골프장 활황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킹사이트인 골프 옥션의 박태식 대표는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를 안 나가는 골퍼들이 오히려 국내에서 더 많이 골프를 치고 있어 지방까지도 거의 다 찬다. 국내 골프장들은 2월까지는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었는데 3월부터는 코로나 영향이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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