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설'에 한국 LCD 숨통···中공장 멈추자 값 9%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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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액정(LCD) 디스플레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대형 LCD ‘치킨 게임’으로 국내 업체를 궁지로 몰았던 중국 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숨통' 

21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2월 패널 가격 집계에 따르면 55인치 4K LCD TV 패널 가격은 111달러(약 13만4000원)로 집계돼 지난달(102달러) 대비 9% 올랐다. 110달러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현재 TV 시장에서 대형 TV의 기준이 되는 65인치 이상의 4K LCD 패널 역시 170달러(약 20만6000원)로 지난달 대비 5% 올랐다.

LCD 가격이 오르는 건 코로나19의 근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는 세계 최대 LCD 업체 BOE와 차이나스타(CSOT), 티앤마 등 중국 내 주요 디스플레이 공장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IHS 마킷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디스플레이 산업과 전체 TV 공급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 간 LCD 상승 추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계속 하락하던 LCD 가격이 상승세로 바뀐 코로나19의 역설인 셈이다.

대형 LCD 판가가 높아짐에 따라 적자에 시달리는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다소 숨통이 트였다. 특히 LCD 사업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한해 LCD 패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1조35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LCD 부문이 지난해 적자였다. 중국산 LCD 공세에 이들 두 곳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LCD와 OLED 패널의 가격 격차가 너무 벌어져 TV 메이커에서 LCD TV를 OLED TV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 좁혀진다면 LCD 대비 화질이 뚜렷한 OLED를 쓰는 비율이 업체마다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홍보관에 전시돼 있는 8K QLED TV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홍보관에 전시돼 있는 8K QLED TV [연합뉴스]

TV 세트 업체는 상황 '예의주시'  

다만 LCD 패널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 같은 TV 사업 부문엔 부정적이다. 생산원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중국산 LCD가 제때제때 들어와야 이들 입장에선 재고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달아 개최되기 때문에 2분기에 TV 패널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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