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바울 vs 김임환, 너를 메쳐야 올림픽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안바울(왼쪽)이 파리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김임환과 유도복 깃 잡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경기에서 김임환을 꺾고 우승한 안바울은 도쿄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살렸다. [사진 국제유도연맹]

안바울(왼쪽)이 파리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김임환과 유도복 깃 잡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경기에서 김임환을 꺾고 우승한 안바울은 도쿄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살렸다. [사진 국제유도연맹]

2020년 도쿄올림픽 유도. 누가 태극마크를 달지 알 수 없는 격전지가 있다. 남자 66㎏급이다.

유도 남자 66㎏급 태극마크 경쟁 #안, 일인자였지만 징계로 하락세 #김, 세계선수권 은메달로 급성장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이 체급 선수는 한 명. 2016년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안바울(26·세계 13위)과 신흥 강자 김임환(27·6위)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다. 둘 다 올림픽 출전 자격(18위 이내)은 갖췄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유도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 둘이 같은 체급인 건 드문 일이다.

유도계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다투던 같은 체급 최민호(당시 32)와 조준호(당시 24)를 넘어서는 라이벌 구도로 본다. 최민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60㎏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체급을 올렸다. 최종 선발전에서 조준호를 한판으로 꺾었다. 하지만 선발전과 국제대회 성적, 랭킹을 합산한 종합점수에서 조준호에 밀렸다. 뒤늦게 체급을 올려 국제대회 성적이 부족했다. 최민호가 세계 28위, 조준호가 8위였다. 조준호는 런던에서 동메달을 땄다.

지금의 경쟁은 그때보다 더 치열하다. 2년 전까지는 안바울이 압도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세계 1위였던 그는 올림픽 은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약점이 없었다. 그러나 병역특례 봉사활동 증빙서류 허위 제출로 2년6개월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하락세를 보였다.

유도 남자 66㎏급

유도 남자 66㎏급

‘그림자’ 김임환은 안바울이 숨죽인 사이 두각을 나타냈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일본 유도 명문 도카이대를 나와 2015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안바울 징계로 국가대표 1진이 된 그는 지난해 8월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땄다. 프레올림픽에서 입상하자 그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톱10에 든 그는,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랭킹이 떨어진 안바울에 크게 앞서갔다.

굳어지던 판세는 최근 요동쳤다. 안바울이 텔아비브 그랑프리(1월 23일)와 파리 그랜드슬램(9일)에서 우승하면서다. 특히 파리에선 결승전에서 김임환(반칙승)을 제압했다. 한때 3000점 이상이던 김임환(3801점)과 안바울(3121점)의 격차는 680점까지 좁혀졌다. 국제대회 우승 한 번이면 뒤집힌다.

대한유도회는 다음 달 23~24일 대표 최종선발전이 끝나면 선발전 결과와 국제대회 성적, 랭킹을 토대로 올림픽 출전자를 정한다. 남은 대회는 앞으로 세 개. 안바울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김임환과 달리, 안바울은 당초 출전키로 했던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에 나가지 않는다. 갈비뼈 부상 때문이다. 대신 다음 달 라바트 그랑프리에 참가한다. 강호들이 많이 출전하는 대회를 피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안바울의 경우 선발전은 해볼 만하다. 다만 국제대회 성적이 관건이다. 김임환의 소속팀인 한국마사회 이경근 감독은 “임환이는 바울이와 다섯 번 붙어 한 번 이겼다”고 말했다. 둘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안바울은 세계 최강 일본처럼 기술 유도를 한다. 주특기는 양팔 업어치기. 반면, 김임환은 일본에서 배웠지만, 한국식 ‘힘의 유도’를 한다. 오른쪽 안다리걸기가 특기다. 금호연 대표팀 감독은 “임환이는 평소 73㎏을 유지해, 3㎏만 감량하는 바울이보다 힘이 좋다. 다만 경험 많은 바울이의 노련함과 기술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 각오는 명료했다. “끝까지 하겠다.”(안바울) “최선을 다하겠다.”(김임환)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