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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만이라도…" 안나푸르나 교사 실종 한달, 애타는 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7일 안나푸르나에서 발생한 눈사태로 충남교육청 소속 4명의 교사가 실종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네팔 현지에 체류 중인 실종교사 가족들은 더디기만 한 수색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네팔 안나푸르나 한국인 눈사태 실종 현장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KT 드론수색팀이 구조견과 함께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네팔 안나푸르나 한국인 눈사태 실종 현장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KT 드론수색팀이 구조견과 함께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네팔 안나푸르나에는 지난달 24일부터 20일 넘게 폭설이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7~9일에도 네팔 산악가이드협회 주도로 민간구조전문가 등 25명이 투입돼 현장을 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철수했다. 수색에는 눈 제거용 살수(撒水) 장비도 동원했지만, 기상이 악화하면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교사 4명, 1월 17일 트래킹 중 눈사태 만나 실종 #사고 이후 기상악화로 수색작업 재개·중단 반복 #외교부·충남교육청, 네팔 당국에 수색 재개 요청

KT드론수색팀 소속인 네팔 요원은 지난 13일 드론을 띄워 현장을 수색했지만 역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사고 직후 KT드론수색팀과 함께 수색작업에 나섰다가 지난달 28일 귀국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실종자는 10m 깊이의 얼음과 눈 아래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수색에 나섰던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눈과 얼음을 헤치고 7.5m 깊이까지 팠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현재로써는 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종 교사들이 사고를 당한 현장은 얼음과 눈이 두껍게 쌓인 데다 눈사태가 우려되면서 네팔 현지에서는 실질적인 수색이 3월 중순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4명과 함께 트레킹에 나섰던 충남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3팀 교사가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 4명과 함께 트레킹에 나섰던 충남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3팀 교사가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나푸르나 인근 도시인 포카라에는 외교부에서 파견한 신속대응팀(1명)과 충남교육청 현지지원단(5명) 등이 실종교사 가족 3명과 함께 수색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주네팔 대사관 직원 2명도 수도 카트만두와포카라를 오가며 네팔 당국에 수색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교육청 현지지원단에 포함된 전문상담가는 실종교사 가족들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종교사 가족들은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기를 바라며 수색이 재개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네팔 정부와 현지 전문 산악인들은 앞으로 1~2개월이 지난 뒤 눈이 녹으면 수색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네팔 정부는 “눈이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하거나 의미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언제라도 수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신속대응팀과 실종자 가족 등에 전달했다. 한국으로 귀국한 KT 직원들도 수색이 재개되면 다시 수색작업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고를 당한 교사들은 ‘충남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으로 지난달 13일부터 25일까지의 일정으로 네팔 카트만두와 안나푸르나 일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봉사단은 모두 11명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기간을 이용, 현지 가이드와 함께 트레킹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실종된 교사 4명은 동료 교사 5명과 함께 지난달 17일 오전 10시30분~11시 사이(현지시각) 해발 2630m 지점인 시누아(숙소)를 출발, 3200m 지점의 데우랄리 지역으로 트래킹 중이었다. 이들은 2920m 지점에 있는 하말라야롯지(대피소)를 지난 뒤 급격한 기상악화로 귀환을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남교육청을 방문해 네팔 안나푸르나서 교육 봉사 도중 눈사태로 실종된 교사 4명의 구조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남교육청을 방문해 네팔 안나푸르나서 교육 봉사 도중 눈사태로 실종된 교사 4명의 구조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히말라야 롯지를 지난 지점에서 선발대이던 교사 4명과 셰르파 2명 등 6명이 갑자기 쏟아진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뒤따라오던 5명의 교사와 셰르파 1명은 사고를 목격한 뒤 대피소인 히말라야 롯지로 돌아가 사고를 면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네팔 당국에 수색 재개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지기상 상황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지에 머물고 있는 실종교사 가족들의 안정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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