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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혁, 아빠보다 14㎝ 작아 리베로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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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현대캐피탈 구자혁은 장신 센터였던 아버지 구준회와 달리 키가 작아 리베로가 됐다. ’키 크는 데 좋다는 음식은 다 먹어봤다“면서도 ’지금은 키에 대한 불만이 없다“고 했다. [사진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구자혁은 장신 센터였던 아버지 구준회와 달리 키가 작아 리베로가 됐다. ’키 크는 데 좋다는 음식은 다 먹어봤다“면서도 ’지금은 키에 대한 불만이 없다“고 했다. [사진 현대캐피탈]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신인선수 구자혁(22)에게는 타이틀이 하나 붙는다. V리그 최초 부자(父子) 선수다. 그의 부친은 LIG손해보험(KB손보 전신) 센터였던 구준회(47)다. 1m96㎝ 장신이던 부친과 달리 그는 1m82㎝. 아들은 수비 전문선수인 리베로다.

프로무대 밟은 첫 부자 배구선수 #아빠는 센터, 아들은 수비 전문 #여오현이 롤모델, 신인왕 후보에

배구는 타고 난 체격이 중요한 종목이다. 부모를 잇는 2세 선수가 많은 편이다. 프로 역사(2005년 출범)가 길지 않아, 부자지간에 V리그에서 뛰는 건 이들 부자뿐이다. 구준회는 1995년 실업 LG화재에 입단고, 2004년 은퇴했다. 2005년 프로가 출범하면서 코트에 복귀해 2년간 활약했다. 구자혁은 한양대 3학년이던 2019년 드래프트에 나왔다. 현대캐피탈이 4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더 일찍 뽑힐 수 있었던 선수인데, 우리가 운좋게 데려왔다”고 말했다. 구자혁은 “빠른 순번을 기대했다. 실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구자혁(가운데)과 아버지 구준회(오른쪽)씨, 어머니 이수연씨. [사진 구자혁]

현대캐피탈 구자혁(가운데)과 아버지 구준회(오른쪽)씨, 어머니 이수연씨. [사진 구자혁]

구자혁이 배구를 시작한 건 아버지 은퇴 직후인 2007년,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구자혁은 “아버지가 선수로 뛴 걸 봤지만 어릴 때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영상은 많이 봤다. 아버지 모습이 멋있어 보여 ‘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반대했는데 떼를 써서 허락받았다.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꼭 하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구자혁은 “아버지가 ‘아들에게까지 힘든 걸 시키고 싶지 않아서 반대했다’고 한 걸 나중에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고교(영생고) 시절 구자혁은 레프트 공격수였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리베로로 전향했다. 작은 키 때문이다. 또래에선 큰 편이지만, 배구선수로는 아버지와 달리 크지 않았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키로 고민했다. 키 좀 커보려고 약도 많이 먹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결국 모든 걸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리베로 변신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구자혁의 아버지 구준회는 센터로 활약했다.

구자혁의 아버지 구준회는 센터로 활약했다.

구자혁의 롤모델은 전설적인 리베로 여오현(42)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으면서 그는 대선배 여오현과 포지션 경쟁까지 하게 됐다. 현대캐피탈에는 전광인, 박주형 등 수비가 좋은 레프트 공격수가 많다. 게다가 여오현이 버티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리시브를 위해 레프트 공격수와 간혹 교체투입됐다. 최근에는 여오현과 교대로 코트에 나선다. 현대캐피탈이 서브를 받아야 할 때는 노련한 여오현이, 현대캐피탈의 서브 후 상대 공격을 받을 때(디그)는 구자혁이 주로 활약한다. 구자혁은 “여 코치님은 기술적인 면도 대단하지만, 그 리더십과 파이팅이 정말 부럽다.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구자혁. [사진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구자혁. [사진 현대캐피탈]

신인인데 출전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구자혁은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된다. 삼성화재 레프트 정성규,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과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정성규가 앞서갔는데, 최근 두 리베로가 많이 따라붙었다. 구자혁은 “리베로인 우리카드 신인 장지원이나 (대한항공 오)은렬 형을 보면 경쟁심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3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오르면 언제든 우승에도 도전할 만한 저력을 갖췄다. 구자혁은 “올해 개인 목표는 전혀 없다. 코트에서 팀이 이기는 데 힘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언젠가는 아버지처럼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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