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에서 1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서 투자자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증권사로부터 담보대출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돈을 끌어다 쓴 일부 펀드는 원금이 전부 날아갔다.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펀드가 많은 데다, 자금 회수 과정에서 변수도 많아 투자자 손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라임을 비롯해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 투자자 간 법적 분쟁이 뒤얽혀 있어 실제 배상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모펀드 4개중 2개서만 5100억 증발 #일부 펀드는 원금 한푼도 못 건져 #TRS 자금 빠지면 환매액 더 줄어 #금감원, 일부 펀드 사기혐의 검토
16일 금융감독원과 라임에 따르면 환매를 중단한 라임 펀드는 ‘플루토FI D-1호(플루토)’ ‘테티스 2호(테티스)’ ‘플루토TF-1호(무역금융펀드)’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CI펀드)’ 등 4개다. 이들 모(母)펀드에 투자한 자(子)펀드는 총 173개(계좌 수 4616개)에 달한다. 라임은 모펀드 4개 중 플루토와 테티스의 평가금액을 오는 18일 기준 4606억원, 1655억원으로 조정(상각)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손실률은 각각 49%, 30%로, 두 펀드에서만 자산가치가 총 5100억원가량 증발한 셈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반영한 결과다.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무역금융펀드 등도 합치면 4개 모펀드의 총 손실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개별 투자자의 손실액을 확정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역금융펀드 등 2개 모펀드 실사가 진행 중인 데다, 자펀드 173개의 기준가격 조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자펀드 기준가격이지만, 현재로선 손실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자펀드가 모펀드만 편입하고 있는지, TRS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커서다. 일단 라임 측은 “자펀드에 대한 기준가격 조정은 오는 21일까지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입장이다.
또 일부 펀드엔 TRS 자금이 들어가 있는데, 펀드가 손실이 나면 증권사가 먼저 돈을 빼간다. 그만큼 개인투자자 몫은 줄고, 손실을 볼 가능성은 커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환매 중단 자펀드 설정액(1조6679억원) 중 개인투자자(9943억원) 비중은 60% 정도다. 일부 투자자는 돈을 모두 날릴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증권사 압박에 나섰다.
금감원은 모펀드 중 하나인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사기 혐의’를 적용한 소비자 분쟁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펀드에 투자한 돈은 100% 환급해주는 방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죄가 성립되면 계약 취소가 되니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단 쪽으로 배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미국 자산운용사 IIG(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부실이 발생했음을 알았지만,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매달 펀드 기준가격이 0.45%씩 오르는 것처럼 수익률을 조작했다. 이에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를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에 따른 배상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금감원에는 라임 펀드와 관련해 214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와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손해액이 산정돼야 분쟁조정이 시작되는데, 판매사들이 실사 결과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며 “최종 배상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