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도록 판매는 저작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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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일본에서는 고후지다(소전사치)화백의 부인 군대여사(79)가『무단으로 호화로운 전시회 도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죽은 남편의 기념전을 기획했던 아트라이프 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동경지재에 제기, 일반의 예상과 달리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달 초 열린 재판에서 청영리량 재판장은『문제의 도록은 법률이 제작·판매를 인정한 해설용 팜플렛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원고의 주장을 인정했다.
일본의 저작권법은『미술전람회에서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작품의 해설·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팜플렛을 판매하더라도 권리침해는 되지 않는다』는 저작권보호의 예외규정을 두고있어 이번 소송에서는 문제의 도록이 단순한 팜플렛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여부가 쟁점이 됐었다.
이번 송사에서 재판장이『책자가 호화로워 실질적인 화집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예외규정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사상처음으로 사법적 판단을 내림에 따라 그 동안『도록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만드는 것이 상식』이라고 믿어왔던 미술기획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있다.
저작권침해로 패소한 동경의 전람회 기획회사아트 라이프는 87년 10월부터 동경·대판·경도 등 일본 5대도시에서 후지다 화백 탄생 1백주년 기념전을 개최, 전시회장에서 고인의 작품복제사진을 수록한 도록을 권당 1천9백 엔씩에 판매해왔다.
청영 재판장은『책자의 지질이나 규격, 복제형태 등으로 보아 감상용 서적으로서 시장에서 거래될 가치가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화집이지 팜플렛이 될 수 없다』며 『그보다 질이 낮은 책자들이 버젓이 화집으로 팔리고 있는 현실에서 문제의 도록이 실질적으로 화집과 다를 바가 없는 이상 저작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있다』고 지적, 피고 측에 도록매상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3백47만 엔의 지불과 도록의 판매금지, 원판폐기 등의 명령을 내렸다.
이번의 저작권보호판결은 전람회 도록이 해마다 호화로워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판매 부수 5만∼6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는 일본미술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일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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