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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국서 선금 쏘고 싹쓸이···비타민C도 마스크처럼 품귀

중앙일보

입력

홈플러스는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먹거리와 실내 공기 관리 가전, 운동용품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전 국민 건강 UP 프로젝트'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먹거리와 실내 공기 관리 가전, 운동용품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전 국민 건강 UP 프로젝트'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3일 롯데e커머스가 운영하는 롯데닷컴은 ‘고려은단 비타민C 1000 (600정)’이 주문 폭주로 일시 품절돼 ‘예약 판매’에 나섰다. 이 물량은 8일 만인 11일 오전 재고가 확보돼 겨우 일반 판매로 바뀌었지만 당일 완판됐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물량이 풀린 당일 모두 팔렸다”며 “180정 제품만 정상 배송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모두 임시 품절 상태”라고 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건기식인 비타민C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오픈마켓 티몬에선 2월 1~10일 비타민C 제품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6% 늘었고, 위메프와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222%, 64%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비타민C 1000㎎ 시장을 80% 가까이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려은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진다. 이달 티몬에서 판매된 비타민C 제품군 중 절반 이상이 고려은단 제품(54%)이었다. 이 기간 티몬에서 고려은단의 매출 증가율은 309%였다. 다른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이 생산·판매하는 비타민C 제품도 판매량이 평소의 2배 수준이다.

“중국 주문 너무 많아 거절”

롯데닷컴이 11일 판매한 고려은단 비타민C는 하루 만에 품절됐다. [사진 롯데닷컴]

롯데닷컴이 11일 판매한 고려은단 비타민C는 하루 만에 품절됐다. [사진 롯데닷컴]

마스크처럼 중국에서 비타민C 주문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근 중국 국영 CCTV 뉴스에서 “야채나 비타민C 등을 먹고 면역력을 강화하면 신종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전문가 인터뷰가 방영되면서다. 홍콩에선 보건 당국이 손 세정제와 비타민C를 배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선 공장이 상당수 중단돼 생산 자체가 어려워진 데다 비타민 제조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국 수요의 상당분이 한국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한 건강기능식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좋아해 일부러 한글 라벨을 중국어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중국에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체로는 정관장에 이어 두 번째로 입점한 비타민하우스 측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다른 영양제보다 비타민C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발주가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어 주문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은단 측도 “바이어 상담이 예전엔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였다면 지난주부터 일주일간 하루 30통 이상 쏟아지고 있다”며 “미리 입금해놓고 나중에 물품을 보내달라는 업체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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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한 몇 달치 원료 바닥날 수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비타민C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일단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놨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공장이 멈춰선 탓에 비타민C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C 원료는 중국과 영국에서만 생산되는데, 약 90%가 중국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산과 중국산 원료를 모두 쓰고 있다는 비타민하우스 측은 “이 상황이라면 한두 달 후에는 비타민C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산 원료만 쓰는 고려은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은단은 아예 제품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나섰다. 기존에는 마니아 층이 많은 제품 특성상 대용량(300정, 600정, 720정)이 매출의 90%를 차지했지만, 소용량(60정, 120정, 180정)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확보해놓은 몇 달 치 원료가 빨리 떨어질까봐 소용량 위주 생산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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