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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흥미 잃은 트럼프…문 대통령 ‘남북 구상’ 김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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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장에 도착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경선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장에 도착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최고위 외교정책 참모들에게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내심 기대해 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은 없다는 얘기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북·미 실무협상 결렬과 관련해 지난해 연말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대북 협상에 정통한 트럼프 행정부의 당국자는 북·미 협상은 “죽었다(dead)”라고도 CNN에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북한 여행을 위한 ‘특별여건 허가증’ 발급도 완전히 중단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선까진 정상회담 없다” #표심에 도움 안 된다고 판단한 듯 #일각선 “북 양보 이끌 트럼프 전략” #“북, 대선 겨냥해 도발 앞당길 수도”

한때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심이 식은 이유는 만나봐야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 군사동맹 해체나 다름없는 북한의 요구를 받을 상황이 아닌 데다 이런 북한과 보상 줄다리기를 해봐야 국내 유권자들의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워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난해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이후 미 대북정책 파트에선 김정은은 비핵화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보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입장에선 어느 결과도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리 없는 만큼 당연히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트럼프의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도 북·미 협상에 대해 ‘관심 없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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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별관광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접경지역 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하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데 대북제재 완화 의사가 없는 미국이 정부 정책을 적극 지원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방한 중인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11일 최영준 통일부 정책실장을 면담했다.

통일부는 이 자리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통일부가 낸 최 실장과 웡 부대표 간 면담 결과 자료에는 ‘미측은 싱가포르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고 나왔다.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한·미 이견 차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의 대미 도발 시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재선 가도에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며 “그렇다면 북한은 트럼프 재선 가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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