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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만난다는 트럼프 괘씸해 도발? 김정은, 中코로나가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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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매우 좋으며, 김 위원장이 내년 미 대선을 방해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매우 좋으며, 김 위원장이 내년 미 대선을 방해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11월 3일)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10일(현지시간) 전해지면서 북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미·중 외면에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도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열고 미국을 상대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자 미국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 “충격적인 실제 행동” 등을 언급하며 대미 강경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예고했다.

이 같은 도발 경고에도 꿈쩍 않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당연히 북한엔 ‘자극’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대미 도발 시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7일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는 항상 자신의 약속을 이행한다"며 "그가(김 위원장)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으면 이는 그 일이 조만간 반드시 일어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재선 가도에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며 “그렇다면 북한은 트럼프 재선 가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패턴을 볼 때 김 위원장이 ‘말’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21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21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변수다. 우방국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전략적 도발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으로 어려운데 북한이 도발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코로나 정국이 김 위원장의 도발 시점 선택에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아예 남북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 등을 통해 북한에 북한 개별관광,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등 각종 남북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당분간 중국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내부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보란 듯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 우회 돌파를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과 교역이 차단되면서 평양 등지에선 쌀값과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진행된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이 역시도 만만찮을 수 있다. 미국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10~11일 한·미 국장급 협의(워킹그룹 회의)를 갖고 정부가 구상 중인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한국이 추진 중인 남북협력 사업의 구체적인 안을 바탕으로 제재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럴 경우 정부가 기대한 만큼 속도감 있게 남북 협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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