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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후 "우한 돌아가겠다"던 1번 환자, 그의 뜻대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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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첫 확진자인 중국 여성의 격리해제 판정이 난 6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3층 회의실에서 환자가 쓴 감사편지가 공개되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첫 확진자인 중국 여성의 격리해제 판정이 난 6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3층 회의실에서 환자가 쓴 감사편지가 공개되고 있다.[뉴시스]

누군가는 중국 우한에서 떠나고, 또다른 누군가는 우한으로 돌아간다.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낳은 엇갈린 선택이다.

중국인 16명, 오늘 3차 전세기 타고 우한 귀환 #국내 첫 확진 중국인 여성, 의료진에 감사 표해 #"편하게 치료받아 미안" 언급, 퇴원 5일만 귀국 #같은 비행기로 우한 교민 170여명 내일 돌아와

우한 거주 교민을 위해 마련된 3차 전세기가 11일 오후 8시39분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여기엔 교민 입국을 지원할 우리 정부의 신속대응팀 12명이 탑승했다. 그리고 중국인 16명도 여기에 동행했다. 우한 귀환을 희망하는 국내 후베이성(우한) 출신 중국인들이다. 이들의 탑승은 3차례 임시항공편 운항 중 유일한 차이점이다. 당초 19명이 신청했지만 이 중 3명이 개인적 사정으로 막판에 탑승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6명 중에는 국내 첫번째 확진 환자인 36세 중국인 여성(1번 환자)도 포함됐다.

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병원 격리 병동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등에 쓰인 ‘♥香 花香’ 글자는 보호복 착용으로 개인 식별이 어려워진 의료진의 이름 또는 별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병원 격리 병동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등에 쓰인 ‘♥香 花香’ 글자는 보호복 착용으로 개인 식별이 어려워진 의료진의 이름 또는 별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1번 환자는 지난달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의심 증세가 확인됐다.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 6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5일 국립중앙의료원 문을 나선 2번 환자(56세 남성)에 이은 두번째 퇴원 사례다.

그는 퇴원 하루 전 자신을 맡아준 의료진에게 직접 쓴 영문 편지를 전달했다. 10여일간의 치료 과정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중국어로 작성한 뒤 인터넷 번역기를 통해 영어로 다시 고쳐 적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재앙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내게 해준 것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게 됐다. 생명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당신들의 발전된 의학 기술과 전문적인 태도가 없었다면 나와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쳐주는 사람에게 어진 마음이 있다'는 뜻의 한자 성어 '의자인심'(醫者仁心)을 언급했다. "내게 의료진은 의자인심 이상이었다. 당신 모두는 내게 영웅이고 이 경험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편지 말미에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된 후 의료진을 우한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지난달 31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1차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1차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번 환자는 자기가 살던 우한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의료진에 강하게 밝혔다. 환자 주치의인 김진용 인천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환자가) 베이징을 경유해 기차를 타는 방식으로라도 우한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우한 상황이 안 좋은데 자신만 편하게 치료를 받아 미안하다는 뜻도 전했다"고 말했다. 감염병을 감수하고서라도 돌아가겠다는 그의 희망이 퇴원 5일 만에 현실화된 것이다.

현재 우한과 국내 공항을 잇는 직항편은 중단된 상태다. 임시항공편으로 우한에 돌아가는 중국인들은 공짜로 비행편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국내로 돌아온 교민들과 동일한 수준의 항공료를 내야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1·2차 전세기에 탑승한 교민들과 같은 요금을 사후 청구할 예정이다.

우한에 돌아가는 중국인들이 앉았던 자리엔 곧 한국으로 돌아오는 교민들이 앉게 된다. 귀국 예정자는 170여명이다. 다만 희망자가 계속 늘고 있어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12일 오전 김포공항 도착 후 검역 절차를 거쳐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 임시생활시설로 들어간다.
정종훈·위문희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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