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 정부질문 무엇을 남겼나|「위기」진단엔 일치 처방엔 여야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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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일로 끝난 이번 정기국회 대 정부질문은 37명의 의원이 나서 정치, 외교·통일, 경제, 사회·문화 등 국정전반에 걸쳐 정부정책을 추궁했으나 정부·여당과 야당사이의 엄청난 시각차이만 실감시키고 말았다.
특히 대부분의원들의 질의가 국정감사 때 제기됐던 문제점을 재탕·삼탕 하는 수준에 머물러 대 정부질문 5일 동안의 국회본회의장은 맥빠진 분위기의 연속이었고 여권 내에서는 대 정부질문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번 대 정부질문에서 중점적으로 거론된 중요이슈를 정리해보면▲5공 청산▲공안정국▲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유엔가입▲7·7선언과 보안법관계▲국군조직개편▲한미간 통상마찰▲재벌특혜▲토지공개념▲수입개방과 농촌문제▲근로소득세▲팽창예산▲과소비·호화사치▲민생치안 문제 등이었다.
대 정부질문에서 여야의원들은 모두 현 시국상황을「위기」로 진단했다.
그러나 그 위기의 원인과 대처방안에서는 여야간에 큰 거리를 보였다.
민정당 의원들은 위기의 원인으로「좌경폭력 세력의 준동」,「4당 구조 아래서의 정치권의 분열」등을 지목했고 야당의원들은「과거청산과 개혁의 의지부족」,「정부의 무능」을 꼽았다.
따라서 여야간 대처방안에 있어서도 「좌경폭력세력 척결」과「5공 청산과 민주화실현」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최대 정치쟁점인 5공 청산에 있어서 민정당 의원들은『5공에 대한 우리시대의 평가와 심판은 지금까지로 충분했다』는 의견이었고 야당의원들은『5공 청산의 매듭 없이는 정치난국의 해결이 없다』며 정호용 의원 등 핵심인사 처리와 전·최 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을 거듭 주장했다.
경제분야 질문에서도 위기논쟁은 계속돼 의원들은 우리 경제상태를「중증의 환자」라고 진단했다.
의원들은『경제중범은 사회갈등을 증폭시켜 체제위협까지 이르렀다』,『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갈등과 불신으로 국민간의 위화감이 고조되고 농어촌은 거의 자멸 위기에 빠져있다』는 등 현재의 경제난국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선 민정당 의원들이「노사분규」,「투자심리 위축」을 든 반면 야당의원들은「부의 불균형 심화」,「부동산정책실패」등을 지적해 견해차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측은『결코 위기상황은 아니고 전환기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며『경제성장률 7% 이상, 실업률 3% 이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 대조적이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번 대 정부질문에서도 의원들의 준비부족이나 인기위주 질문, 정부측의 무성의한 답변 등이 그대로 답습돼 대 정부질문의 무게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었다.
정부측 답변은 천편일률적. 얼렁뚱땅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으로 수사와 원칙론만 되풀이됐다.
의원들의 태도도 문제. 질문하고 나서 아예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답변을 듣지 않는 의원이 있었는가하면 질의시간 대부분을 지역푸대접론이나 펴는 등 자극적 발언이나 일삼고 문제의 진지한 추궁보다는 방청객을 동원해 질문하는 모습을 과시하는 데만 급급해 대 정부질문이 점차「허식화」되어간다는 실망감만 남겼다.<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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