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가 편집한 컷" 美 찬사···기생충 만진 '신의 손' 양진모

중앙일보

입력 2020.02.09 06:00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이 아카데미 편집상을 축하하며 공식 트위터에 올린 포스터. [사진 네온 트위터]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이 아카데미 편집상을 축하하며 공식 트위터에 올린 포스터. [사진 네온 트위터]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본선 진출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미국 현지시간)로 다가왔다. 작품‧감독‧각본‧미술‧국제영화상 등 한국영화 최초로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중 편집 부문에 호명된 양진모 편집감독도 주목된다.

‘기생충’ 주역 ④ 양진모 편집감독
9일 아카데미 편집상 韓 최초 후보
'설국열차''옥자' 참여 '봉준호 사단'
"(편집) 늘어진다, 정신없다는 말 싫어해"
찍었는데 편집된 장면…미용실·대게

지난달 미국 영화편집협회 시상식에서 그는 ‘기생충’으로 비영어영화 최초로 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코미디 부문을 수상한 ‘조조 래빗’을 제외하고 아카데미 편집상 경쟁작 ‘포드 V 페라리’ ‘조커’ ‘아이리시맨’을 모두 제쳤다. 할리우드의 편집자들이 그 실력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기생충' 아카데미 주역들

‘부산행’ ‘1987’ ‘옥자’도 그 솜씨 

왼쪽부터 '기생충' 주역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이정은, 봉준호 감독, 제작자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지난달 12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 때다. [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 '기생충' 주역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이정은, 봉준호 감독, 제작자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지난달 12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 때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형사 Duelist’ ‘해운대’ 등 현장 편집 경력이 길다.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 때 “워낙 손도 빠르고 편집감도 뛰어나다”며 “우리 현장 최고 히트상품”(영화잡지 ‘씨네21’ 인터뷰)이라 소개한 실력자다. 2015년 편집감독 데뷔작 ‘뷰티 인사이드’로 청룡영화상, ‘독전’으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편집상을 받았다. ‘부산행’ ‘럭키’ ‘밀정’ ‘1987’ 등도 그의 솜씨. 올해 개봉할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도 참여했다.

봉 감독과는 제작작 ‘해무’에 이어 ‘설국열차’ 현장편집 겸 VFX 편집, ‘옥자’ 편집감독 및 미국‧캐나다 촬영 현장편집으로 함께했다. 풍부한 경험과 뉴욕 바드칼리지에서 영화를 공부해 영어에 능한 점도 한몫했을 터.

편집 가장 어려웠던 장면? ‘믿음의 벨트’

'기생충'에서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가 어떤 믿음에 사로잡히는 과정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에서 박사장 아내 연교(조여정)가 어떤 믿음에 사로잡히는 과정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리듬과 타이밍, 음악과 절묘하게 쿵짝을 이루는 편집이 장기다. ‘기생충’에선 기택네 가족이 가정부 문광을 몰아내고 박사장 집에 입성하는 전 과정이 그랬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와 인터뷰에서 양 편집감독은 편집에 가장 시간이 걸린 대목으로 이 ‘믿음의 벨트’ 장면을 들었다. “‘봉 감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최고의 그림을 찾기 위해 모든 촬영분을 조합하고 장면의 리듬을 완성하려 노력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점프컷도 고안했다”고 했다. 문광이 복숭아 알레르기를 일으켜 결정적 해고 사유가 됐던 바로 그 대목이다.

“제일 듣기 싫은 게 ‘늘어진다’ 또는 ‘정신없다’는 말이다.” 2년 전 그가 영화잡지 ‘영화천국’에서 한 말이다.

아쉬운 삭제 장면은…미용실‧대게

'기생충'으로 미국에서 영화편집자협회상 이전에도 온라인비평가협회상‧온라인영화텔레비전협회상 편집상을 휩쓸며 외신 인터뷰도 잇따랐다. 현지 매체 ‘어워드워치’는 삭제 장면도 소개했다.

영화에서 오빠 기우 소개로 기정이 박사장네 새 미술 교사로 가기 전엔 원래 기택네 가족이 허름한 미용실에 모여 기정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하는 장면이 있었다. 기택이 침수된 반지하 집에 흘러들어온 대게를 내던지는 장면은 영화 초반 대게 가게가 나온 장면을 삭제했기에 덜어냈다. “장면 자체의 재미와 애정어린 방식으로 가족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전체 영화 흐름을 고려해 생략했다”고 그는 말했다.

아카데미 사상 세 번째 아시아계 후보  

아카데미 측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영화인 단체 사진.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맨 앞줄에 앉았고, 봉 감독은 오른쪽 지점에 서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아카데미 측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영화인 단체 사진.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맨 앞줄에 앉았고, 봉 감독은 오른쪽 지점에 서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 아시아계가 오른 건 92년 역사상 그가 고작 3번째. ‘크라잉 게임’의 중국계 칸트 판이 최초, 이어 ‘위플래쉬’의 베트남계 톰 크로스가 두 번째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했다.

올해 아카데미 편집 부문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작은 ‘포드 V 페라리’다. 영국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미국 비평가협회 편집상을 받았다. 이 영화 편집감독 마이클 맥커스커는 ‘앙코르’에 이어 2번째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아이리시맨’의 셀마 슈메이커 편집감독은 수상 경력으론 가장 막강하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과 줄곧 함께해온 올해 여든의 이 베테랑은 ‘분노의 주먹’을 시작으로 ‘에비에이터’ ‘디파티드’까지 아카데미 편집상 사상 최다 3회 수상한 단 4명 중 한 명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시간으론 10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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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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