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中 방문자 기숙사 격리” 조치에 학생들 “과도하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임시 휴교 중이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건물에 휴교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임시 휴교 중이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건물에 휴교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에 개강을 2주 연기한 연세대가 중국·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기숙사 입사 예정 학생들을 2주간 기숙사에 격리한다고 밝히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는 7일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 조치를 안내하며 “중국 및 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자는 2주 동안 개인실에 거주하며 외부 출입을 불허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기숙사 입사 시 출입국 증명 또는 입국 항공권 등을 필수 제출하라”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또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종코로나 감염증 관련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며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수강신청이 불가능하므로 수강신청 전 반드시 참여해달라”고 알렸다.

이에 연세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단순 여행 이력만으로 격리조치를 하는 것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대응책에 비해서도 매우 과도하며 격리 대상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을 가능성도 크다”고 반발했다.

네트워크는 “단순히 학생들을 격리하는 피상적 조치로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며 “설문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조사를 피할 수 있고 여행 기록만으로 감염 여부를 단정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해당 조치는 학교가 자의적 기준에 의해 학생들을 분류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폭력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 편의적 조치가 아니라 학생들을 안심시키고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학교 측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네트워크는 “학교본부의 일방향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학생·직원·지자체 보건당국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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